왜 다른 건 당신 닮았는데, 이런 것은 안 닮았는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아내가 던진 말이다.

내용인즉슨,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전혀 회장, 반장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출마해서 소견을 발표한다고 한다. 소수의 몇 명에게만 출마 기회가 주어졌던 우리 세대보다는 훨씬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별로 출마 의지가 없는 우리 아들도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넌 앞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래?” 엄마가 물으니,
아들은 “난 OO가 회장이 되었으면 좋겠고, OO가 반장이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답한다. 

“회장이나 반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니?”
“응, 나보다 훨씬 잘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아침밥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민주주의가 뭐고, 선거가 왜 중요하고, 주인의식이 어떻고… 아이가 이해 못할 줄 알면서도 변죽만 올렸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속상해 하며 말한다.
“친한 친구들은 다 회장, 부회장, 반장, 부반장이 되었는데, 우리 OO만 아무 것도 못 됐어요!” 

아들에게 오늘 선거가 어땠느냐고 물었다.

부회장인 된 친구가 ‘난 회장이 되고 싶을 뿐이고…’라고 개그맨 흉내 낸 것이 너무나 재밌었다고 답한다. 그리고 OO가 회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져서 아쉽다고 한다.

자기 이야기는 안 한다.

잠자리에서 살짝 물었다.

“앞으로도 회장이나 반장 할 생각 없니?”
“아니요. 조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왜?”
“그냥, 된 아이들 보니까 좋아보여서요.”

별 생각없이 선거에 참여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비교가 되면서 약간의 자극을 받은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을 해 본 아들이 조금 커간다는 느낌이 들면서, 경쟁 사회에 던져지고 자신을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는 세상을 맛본 것 같아 씁쓸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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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초등학교 5학년)

1982년 3월 10일 화요일 

※ 나의 명언 : 실망을 하지 말라. 실망하면 자기의 실력이 퇴보한다.
 

반장선거를 했다.
내가 29표, 그 다음이 15표다.
내가 반장이 되었고 박상희가 부반장이 되었다.

 

<반장선거>

반장 선거를 하네.
모두들 마음이 두근두근.
‘문성근’하면 와! 하고
OOO 하면 우! 하네. 

반장된 사람은 좋아하고
떨어진 사람은 실망하고. 

다른 애들한테 미안한 마음.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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