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시대의 자가용 운전
지속불가능한 교통시대로 달려가는 우리의 자가용 문화


중동국가들의 석유생산 감량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석유가 한방울도 나지 않으면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 경제를 크게 위협할 정도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계하기 위한 대안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진다. 첫째는 새로운 대체에너지 개발이고, 둘째는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생활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시간과 기술, 재정이 많이 들며 능력이 있는 소수의 인재들이 할 수 있는 일인 반면, 두 번째 방법은 별다른 기술이나 재정부담이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며 국민이면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두가지 요소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하겠지만, 우리 일반인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있은 것은 생활 속에서 에너지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일 것이다.

에너지원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석유 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문은 수송부문이다.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99년도 전체 유류 소비량은 4천2백만㎘ 이상이며, 이중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소비량은 3천3백만㎘에 이르러 77.1%를 차지하고 있다.

년도

구분

전체소비(A)

수송부문(B)

B/A(%)

98년도

전체

(휘발유)

39,662,528

(9,713,029)

29849331

(9,178,796)

75.3

(94.5)

99년도

전체

(휘발유)

42,445,788

(10,156,633)

32,739,303

(9,723,523)

77.1

(95.7)

 

또한 휘발유 부분만 놓고 본다면 전체 사용량의 95.7%가 수송부문이다. 한편 전체 사용량, 수송부문 사용량은 98년에 비해 늘어났으며,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증가했다. 이처럼 수송부문은 에너지 소비의 가장 큰 요인이며, 점차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한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0.8대로, 거의 한 가구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생활 속에 깊이 들어온 자동차를 우리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단적인 예를 미국과 비교해서 살펴보자.

유가가 급증하면서 세계경제가 위축되자 미국은 비축해오던 석유를 세계시장에 풀었고 이로 인해 잠시나마 유가가 안정되었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석유가 생산되기도 하지만 많은 량을 수입해 비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석유가 전혀 생산 않으며 비축량은 적어, 석유수입이 중단될 경우 채 한 달도 버티지 못한다.

석유에 대한 경쟁력에 있어서 미국과 우리는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석유가 많은 미국은 자동차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자동차 중심의 사회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는 그들의 삶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땅의 넓이도 우리의 40배 이상이나 된다. 즉 미국은 석유가 많고, 자동차 중심의 사회가 형성되어 있고, 땅도 넓은 나라다. 한편 미국보다 땅덩어리가 작고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수단을 많이 이용하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경우보다 자동차 1대당 1년간 운행하는 거리가 더 많다. 많은 독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문화이며, 에너지 낭비의 현주소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식당이나 쇼핑센터에 갈 때도, 자녀들을 등하교 시킬 때, 심지어 대학 내에서 강의실을 옮길 때조차도 자동차를 이용한다. 또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편안히 갈 수 있는 곳도 자동차를 이용한다. 운동 삼아 가는 등산에서도 자동차를 몰고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몰고 간다. 소득이 낮은 사람도 자동차를 굴리며, 돈 있는 사람은 좀더 배기량이 큰 차로 바꾸고 있다. 세일기간에 백화점 주변이나 주말 결혼식장 주변의 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만다. 차량이 너무 많이 몰려 생기는 혼잡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 즉 교통혼잡비용은 97년 한해에 무려 18조 3000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서울에서 발생하는 교통혼잡으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은 서울 시민 1인당 3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혼잡으로 인한 시간 손실까지 생각한다면 그 비용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0.17%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0.1% 하락하며, 무지수지는 10억달러나 손해를 볼 정도로 우리나라는 에너지 대처 능력이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에서도 스스로 꿈꾸는 세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 위기 때 그처럼 긴장하고 아끼던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원은 석유다. 이 석유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힘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이 오염물질은 대기 중에 쌓여 호흡기 장애나 피부질환을 유발한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고 이를 유가에 반영해야 하듯이, 운전자 역시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배출가스를 유발하는 운전자 자신은 오히려 차안에 있음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에 따른 피해를 덜 받지만, 보행자 특히 교통약자는 그 피해에 직접 노출된다. 매년 대도시에서 폐질환을 앓는 어린이나 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급격한 자동차 증가로 인해 그토록 맑고 아름다웠던 우리네 하늘이 오염물질로 도색 되어 버렸다. 서울의 경우 전체 대기오염 중 85% 이상이 자동차의 배출가스에 기인한다. 많은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깨끗한 자연을 파괴한 책임은 어디에 있겠는가. 운전자의 사적재산 사용은 누구도 억제할 수 없지만, 그것으로 인한 피해가 사회 전체에 걸쳐 심각해져 가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책임의식은 바로 그 나라의 삶의 질에 직결된다.

고(故)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도디 파예드의 아버지는 유럽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산가인데, 그가 소유하고 있는 영국 제일의 백화점인 해로즈 백화점에는 주차장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이 백화점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백화점, 대형 건물들이 주차장을 없애거나 줄이고 있는데, 이는 자가용 운전자들의 진입으로 인한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서이다. 조그만 땅 덩어리에 주차장을 넓히거나 외부에 보조 주차건물까지 만드는 우리의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어느 쪽이 삶의 질이 더 높겠는가. 짧은 시각으로 보면 주차장이 넓은 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오산이다. 더 많은 교통량을 유발시키는 주차장 확대는 주변의 교통 혼잡을 가중시키는데, 이는 결국 백화점을 찾는 운전자 고객을 도로 위에서 석유를 허공에 날려보내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반면, 자가용 이용은 할 수 없지만 무거운 물건을 배달해 주는 제도가 발달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한 백화점은 고객뿐만 아니라 도시민 전체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10부제운행, 대중교통이용자 보조금 지급, 카풀, 주차장 유료제, 시차 출근제 등 교통량을 감축시키기 위한 방법들은 에너지를 절약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욱 쾌적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운전자들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반드시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 운전자는 공회전 억제, 급출발․급가속 금지, 적정 타이어 공기압 유지, 차계부 쓰기 등 경제 운전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자꾸만 늘어가는 자가용 이용의 증가가 달려가고 있는 곳은 더 이상 사람과 자연이 살아 갈 수 없는 지속불가능한 미래라는 것을 잊지 말자.

* 2000년인가 2001년에 쓴 글인데, 지금의 상황에도 적합 글이라 생각되어 올립니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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