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해외 봉사활동을 많이 나간다. 국내 현실이 치열해서 해외 봉사는 꿈도 꾸지 못했던 나의 대학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자원봉사를 통해 많은 고민을 하고 성장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색다른 경험을 잠시 한 것에 그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흥사단 대학생 모임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태국으로 자원봉사를 가면서 큰 고민 덩어리를 같이 나누자며 메일을 보내왔다. 고민이 건강하고 깊이가 있어 바쁜 와중에 답장을 보냈다. 나 역시 잘 모르지만, 함께 나눔으로써 조금이나마 고민을 덜어주자는 생각에서 메일을 보낸 것이다. 아래는 그 친구와 나눈 이야기를 일부만 생략하고 그대로 옮긴다. 정답은 없겠지만, 더 나은 봉사활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 대학생 친구가 보내온 메일

… 

아시다시피 모자란 제가 봉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죄송하게도, 달고

5개월간 태국 치앙마이에 민폐끼치러 가게 됬어요.

다른 팀들은 탱탱볼을 만든다, 소녀시대 gee를 보여줄거다, 미리 밥퍼 봉사활동을 해보자

난리인데 저는 제 머릿속을 맴도는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되지 않아

다크를 턱밑까지 휘날리며 이시간까지 잠도 안자고 있어요.ㅠㅠ 망햇따 유유 ㅠㅠ

… 

자 이제 좀 진지하게 해볼게요.

먼저 첫번째,

경주에서 합숙을 할때도 사소한걸로 팀내에서 부딪치면서

(파란꼭지에서 나오던 온수때문에 몇시간동안 분노의 회의를 한 이야기^^)

이런 고민을 하게 됬어요. 팀내에 있었던 갈등의 원인도

"공동체 안에 들어가기" 에 대한 시각차였어요.

 

타자로서 공동체 안에 들어가는것이 , 그 안에 푹 빠져서 타자가 아닌것처럼 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는 하지만 역시 우리는 어쩔수없는 타자이고-

또 그렇기때문에 그 공동체에 스며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공동체의 흐름을 깨면

안된다는게 딜레마죠. 경주에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여기서 저의 고민이 시작되고 끝나요.

저는 그 안에 스미고 싶은데, 스며야 하는데 내 안에 내가 가진 외국인이라는

어쩔 수 없는, 아무리 친한 친구가 되도 남아있는 그 흔적들,

그리고 능력도 없는 우리가 봉사자가 아니라 사실은 온 것 자체가 민폐가 아닐까 하는-

온 것으로 인해 일감이 늘어나고 균형잡힌 그곳의 공기를 흩날리는거니까요.

아무튼 그런 고민.

 

이걸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요.

경주에서도 그랬어요. 저의 입장은 모든 불편함을 참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것

철저히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것, 철저히 우리가 느끼는 이질성을 감추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가 근


본적으로 우리는 타자라는 인식을 한다는 반증이다. 라는 입장이었고

다른 의견의 팀원은 우리는 이곳에 온 타자라는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최대한 그곳의 흐름을 깨면 안되고 도움이 되야 하니까 우리의 불편함, 요구는 최소화하자.

질문도 하지말고 일단 따르자.

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상당부분 공감하면서도 공감할수없는 큰 가치관의 차이인 것 같아요.

이 미묘한 딜레마를 어떻게 조화시켜나가야 할까요.

제 안에서 이 경계가 정말 너무 애매모호해서 정리가 하나도 안되고 있어요.

 

예를들면 지역에 가서 활동을 시작할때에도

우리가 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현지의 상황에 조금 혼란을 가져온다거나 현지 스


탭들의 일에 혼선을 줄 수 있을 때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것에 봉착하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될 것 같거든요.

 

두번째는, 이것과 비슷하기는 한데요

섬기러 가는 우리가 섬김을 받는것 이라는 문제요.

 

국내훈련을 할때 유네스코 ooo 팀장님께서 1기 한팀을 거론하시면서

보러 가셨을때 그 봉사자라는 사람들을 위해 현지인들이 밥을 하고,

현지 스탭들이 동분서주하는것을 보고 실망했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참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의 고민은,

그렇다고 그 모든것들 (할 수 있는것은 저희 내에서 해결하도록 최대한 한다라는 전제 하)

그쪽에서 제공하는 배려나 이런것들을 모두 거절한다는것은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스스로를 타자화하고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굳게 확인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처음부터 라온아띠니 하는게 없는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관계맺기란 다 그런것이라는 생각은 좀 이기적인가요?

제 생각은 그래요. 내가 지금까지 모르던 누군가가 내 주변에 새로 나타났단 사실만으로

저의 흐름은 이미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느끼던 느끼지못하던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서로가 조금씩 바꾸고 민폐도 끼쳐가면서 그게 관계맺기라고 보거든요.

 

그런 배려나 귀여운(?) 민폐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다는거 자체가

오히려 무례함이거나 타자화 일 수 있다는 생각에 또 빠지게 되는거죠.

 

귀여운 민폐라는 기준도 참 애매모호하죠.

 

그리고 세번째,

환경과 개발 문제입니다.

저는 환경이 중요한 이유가 (지은언니의 생태주의 강의 다시한번 감동 ! **)

단순히 우리의 후손들에게 대한 책임이거나 지구는 소중하니까요

라는 것(도 두번말해 입 아픈 진리지만) 을 조금 더 뛰어넘어 

우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의 관계성을 짚어보는 일이기에 그렇고,

나의 평화와 삶의 안정이 누군가에겐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기에 그렇고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한다는 건 (그래서 저도 아직 못하고 있지만)

내 눈에 직접적으로는 보이지 않을 수 있을 다른 누군가의 평화와, 그와 나와의 관계성을

지키고 잊지 않기 위해 나의 평화와 편안함을 포기할 수 있는 행위라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다면 지금 선진국들이 이미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환경 보호책이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발전이나 선진국 추격을 막는 방패로 사용되거나

당장 살아남기위해 눈앞의 자연이나 환경을 파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미 수많은 발전과 삶의 기록들에서 그 사람보다 몇 천배는 더한 파괴를 했으면서

이제와 환경이 중요하니까 하지말라고 막는 것은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태국같이 발전이나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나라에서

"환경은 이래서 중요한거야. 개발이 느려져도 환경을 지켜야해."

라고 말했을 때 "근데 한국은 이미 그것을 과거에 다 했고 현재에도 그러고 있잖아?

우리는 생계가 달렸어,"라고 말한다면 그 앞에서 차마

가소롭게도 환경을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네번째,

여기 왜 왔어요? 라고 단순히 묻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할까요.

제가 생각한 답은 부끄럽게도 태국을 배우러 왔어요. 라는 간단한 말로 얼버무리자

였는데 이게 스스로도 이상해요.ㅠㅠ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만나고싶은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약속이 빽빽한데 아직도 이러고 있네요, 이틀째에요.ㅠㅠ

 

혹시 질문들이 너무 사소하고 애매해서 고민만 혼란만 얹어드린건 아니시죠?

저때문에 오히려 머리만 더 혼란해졌다 하시면 너무 죄송해요.ㅠㅠ 

 

아, 그리고 제가 저희팀에 한가지 줄기와 테마를 정해서

학교를 방문하고 교육하는데 체계를 잡고 그 밑에 세부계획을 정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는데요.

이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를들면 환경과 평화, 관계 이런것들을 5개월동안 우리가 학교를 방문하면서

할 활동들의 줄기로 잡았으면 지금 무작정 탱탱볼 만들기 재밌겠다 해보자,

장기자랑 뭐하지 이런 상황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으로 안을 짜보고

제가 평화캠프 유스캠프에서 했던 게임이나 이런걸로 느껴보는것들을

미리 생각해 갈 수 있을것 같아서요.

 

물론 현지상황에 따라 , 여기서 추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에 따라 바뀌겠찌만

가서라도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건 어떨까 싶어서요. 그래서 주제도 일부러

환경과 관계와 평화, 평화와 민주주의, 우리를 넘어서 우리가 되는법 (다 비슷하네요)

등등으로 제안을 했어요.

 

지금 모든걸 정하고 결론내리는건 어렵겟죠. 위험하구요.

그래도 지금 이런 고민들을 하고 가는게 결코 헛되지 않을거라고 믿고

열심히 다크써클을 키우고 있어요.ㅠㅠ

 

 …

경주에서도 그랬고 계속 그렇지만 무언갈 하나를 배웠다고,

자칭이든 타칭이든 걍 껍데기만 그렇게 부르는거든 봉사활동을 하고나서 생각할때는

그게 남들이 말하는 보람이나 감동보다는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얼마나 편견에 가득한 사람인지를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질문들 자체에서도 제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폭력들이 마구마구 보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길이 자체가 폭력인 메일이에요 맞죠?ㅋㅋㅋ 죄송해요.

… 

출국전에 뵙고싶어요,

다시한번, 감사하고 죄송합니다.안녕히 주무세요 ♥






2. 대학생 친구에게 보내는 답장

.....
너의 어려운 질문들....

난 해외봉사 활동 경험도 없고 크게 고민해 본 바도 없어서...

너에게 좋은 조언을 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이참에 생각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글을 써 본다.

일단 나의 대학시절 농활(농촌봉사활동)과 흥사단에 와서 진행한 한중청소년친선문화제 일들이 떠오른다.

농활의 경우에는 ..... 목적의식이 강했고,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농민의 도움을 받아선 절대로 안 된다고 지침이 있었지.(물론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하지만 너의 봉사활동은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 너의 글에 언급된 것처럼, 우리가 그들을 대상화 시켜 우리가 바라는 모습으로 그들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 너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이 다른 것이라면 그것에 맞추어야 겠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오리엔탈리즘이 자아와 타자를 구별하고 타자에 대한 무지와 자기 우월의식에서 나온 것처럼, 봉사단도 그런 오류를 조심해야 겠지.

한중청소년문화제에서 어려운 경험이 있었지. 조선족 친구들이 한국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더군. 자신들은 한국 친구들에게 맞추어 준다고 말투도, 행동도 한국친구들처럼 하는데, 한국 친구들은 그런 배려가 전혀 없다는 불평이었지. 이에 대해 조선족 친구들에게 ‘너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라’고 했어. 그래야 한국친구들이 조선족 청소년 문화에 대해 알게 될 테니까. 그리고 한국친구들은 조선족에 대해 잘 모르다가, 처음 만나보고는 자신들과 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하게 대한 것이지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어. 한국 친구들에게도 조선족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불평을 전해 주었고. 그 뒤로 조선족 친구들은 그들의 특유의 말투, 행동,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었고, 한국 친구들은 그들의 문화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배우게 되었지. 조선족 친구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가르쳐 주면서 (무언가 남에게 자신의 문화를 가르친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고, 한국 친구들도 유사하지만 독특한 문화를 배우는 경험을 하고....

그곳에 가서 그들에게, 그 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러 왔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너희들을 특별하게 대우하지 말아달라고 전달하면 좋을 것 같아. 한편으론 그들의 문화적 전통이 손님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이라면 처음에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 그런 것조차 거부한다면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테니까.(물론 대접받는 것이 일상화되면 안 되겠지만.) 그럴 때는 함께 준비를 한다든가 아니면 너희들이 답례로 한국 음식을 대접한다든가 문화공연을 한다든가...하는 식으로 답례를 하고. 그러면서 그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면 좋을 것 같아. 말이 잘 통할이지 모르겠지만, 앞서 조선족의 일례처럼 서로 솔직한 소통을 하면서 불편함과 오해를 줄어 나가야 할 것 같아.

환경과 개발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지. 환경문제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 있는 거니? 선진국들이 이기적인 개발논리로 자연이 황폐화되고 이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초래했다는 정도, 그리고 그들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는 정도, 선진국들은 전지구적 파괴행위에 대해 전 인류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준이 너희의 역할이 아닐까. 덧붙여 인류의 미래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에 달려 있다는 것과 선진국과 같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개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개발이 진정한 인류를 위한 길이 아닐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고, 그래서 생존과 개발, 지속가능한 삶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오게 되었다고 하면 어떨까? 물론 너의 생각이 이와 같다면 말이야. 한국에서도 압축성장 때문에 많은 병폐가 나타나고 있으며, 잘못하면 모두의 생존을 위험하게 할이지 모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해주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새로운 대안을 실천하고 있다고도. 결국 생존을 위험하게 하는 개발은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너의 고민을 함께 하기 위해 나의 생각을 썼다만,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구나. 남들도 다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도 되고.

마지막으로 여기서 미리 답을 정해 놓고 가지 말고, 그 곳에 가서 답을 구해보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익히고, 그 속에서 너희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잘 접목시켜 나갔으면 해.

문득 어릴 적 EBS에서 본 영화가 생각난다. 어떤 신부님이 에스키모 마을에 갔는데, 그 곳에선 구더기를 식사로 대접하고, 자기 부인을 손님과 잠자리를 같이 하도록 하는 것이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예절이었던 거야. 그 속에서 신부님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어릴 적 잠깐 본 영화라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음... 괜한 이야기를 해서 더 머리만 복잡하게 하는 것 같구나.

우리 삶의 양식과 습관 등을 그들에게 잘 이해시켜 주는 노력도 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익히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너의 미소 한방이면 그들의 마음이 다 녹지 않을까? ^^;;

항상 건강 조심하고, 무리하지 말고. 모든 것을 완결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잡히지 말고. 쉽게 결론 내리지 말고.

잘 다녀 오거라. 나의 친구야.

3. 다시 대학생 친구에게서 받은 메일



실장님 정말 감사드려요  꺄악 ♥

사실 혼자서 끙끙 앓다가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되는 게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실장님께서 보내주신 메일을 읽고 많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그래서 라온아띠 2기 친목클럽에 좋은말씀 같이 공유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ㅠㅠ 같이 고민해보면 정말 좋을것 같아서요 !

 

먼저 조선족 아이들과의 교류에서의 경험담이 정말 마음에 남아요.

글에서 드렸던 것처럼 저는 타자라는 한계와 공동체로 들어가야 한다는것이

정말 고민이 많이되고 미묘한 사항이었어요, 풀리지 않는 끈처럼.

 

그런데 실장님 메일을 읽고 나니까요, 나름 정리가 되요.

우리가 타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에요. 아무리 우리가 '박선하' '문성근' 의 이름을 달고

'한국인' '외국인'이라는 이름표를 깊게 숨기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죠.

 

저는 제 자신을 누군가가 '한국인'이라고 부를 때 가장 당황스럽고 불편하지만 저를 구성하고 있는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수많은 것들에 한국인 박선하가 스며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또 설령 제가 정말 깨인 사람이 되어 (이것이 정말 깨인것이라고 해야 하는지도 사실 미묘한 문제네요,) 한국적인것을 모두 다 벗어버리고 한국인으로서 가질 편견과 관습을 모두 버리게 된다 해도 그들은 우리를 처음 보면 한국인이라고 정의할테니, 우리를 보고 한국을 볼테니 그것이 가능하지 않겠죠.

그래서 저는 제가 타자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저는 제가 타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항상 바둥거렸던 것 같아요. 이 공간에 가도 타자가 되고싶지않고, 또 저곳에 가도 완벽히 스며들어 그 곳 사람인 체 하고싶고... 하지만 그럴수록 결국 자신이 지워지고 그들과 스며들기도 힘들다는것을 깨닫게 됬어요.

 제가 어느 곳에선 처음 만나는 곳에선 타자일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제 안에 저를 구성하는 남들이 정해준 그 그룹과 경계와 다르다는것을 인정하고 다가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고요. 다르다는게 틀린것은 아니니까요. 난 다른 곳에서 왔어, 물론 다르겠지만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은 불편하기보다는 즐거운 일이 되었음 해, 또 너와 통하는 부분도 있을거야, 라구요.

타자로서 공동체로 들어가기의 가장 중요한 시작은 자신을 인정하기 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자신을 인정하기를 =한국인 으로 규정해서 쓸데없는 민족주의를 발휘해서 오히려 공동체로 스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만..

그리고 저는 참 괴로웠던게 제 삶을 구성하는 평화와 안정이 누군가의 삶의 폭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였어요. 고등학교때 까지는 그런 폭력이나 환경파괴는 대기업이나 정치가들이 하는 일인줄만 알고 '나는 아무 잘못도 없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에요. 제가 종이를 한 장 쓸 때마다, 내가 대량생산된 옷을 싸게 사고 좋아할 때마다, 내가 마트에 가서 누군가가 힘들어도 내게 웃고 친절하기를 바랄때마다, 내가 던킨도너츠 같은걸 먹을때마다... 발전이 사실은 양적팽창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어요. 그리고 우리가 모두와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눈을 가릴 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끼리도 이런 평화마음, 인권감수성, 관계에 눈뜨기를 열심히 공부해가서 아이들에게 관계에 대해 잘 고민해 보고 싶어요.

 저희는 지역와이와 함께 일하기로 되어 있어서 그 지역 와이의 중심 안건이 무엇인지에 따라 조금씩 방향이 달라져요. 치앙마이 와이 같은 경우는 아시아 와이중에서도 굉장히 규모가 크고 잘 되어있고 타의 모범이 되는 와이엠씨에이라 오히려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 치앙마이 와이의 중심 활동이 '환경'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환경에 관한 교육을 받고 학교를 돌며 교육을 하게 될것같아요. 그래서 환경과 개발이라는 것을 제 안에서 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사실은 봉사를 하며 배운다는 마음 자체가 참 간사하고 다른사람의 삶을 나의 삶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보는 것 같아서 그 흔한 말 하나를 가지고도 참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내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행복을 깨달았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조금 다른 방향으로 보기로 했어요. 아직도 약간은 혼란스럽지만 그들의 삶에서 우리가 끼어들어서 서로 배우는거에요. 누가 더 많이 배웠고, 누가 더 돈이 많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왔다는 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봉사라는 말보다는 관계맺기, 관계알기라는 말을 앞으로 쓰고싶지만 그럼 의사소통에 혼란만 오겠죠?ㅋㅋㅋㅋ
  …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서 잘 하고 오겠습니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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