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있어 울산에 갔다. 1박 2일간의 행사를 마치고 잠시 시간이 남아 일행과 함께 ‘간절곶’에 가보려고 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뜬다는 곳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울산교육연수원에서 해변을 따라 간절곶까지 가려고 나섰다.

해안길을 따라 가다가 모래사장이 아닌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 있어서 들렀다. 다양한 색색의 돌들이 물에 부딪혀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이 돌을 가져가는 바람에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몽돌해변이 많은데, 이곳은 잘 보존되어 있어서 보기가 좋았다.

간절곶으로 가는 도중에 안내하시는 선배가 대왕암이라는 곳을 먼저 둘러보면 좋겠다고 하여, 그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울산시 동구에 소재하고 있는 대왕암공원은 한반도 동남단 해안에서 동해 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에 해당한단다.


공원입구에 들어서면 다양한 나무들 사이로 산책길이 있다. 봄에는 벚꽃이 터널을 이루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개나리, 동백도 유명하다고 하지만, 100여년 이상 된 소나무들이 시원하고 아늑하게 보인다. 꽤 더운 날씨였지만,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길은 선선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무로 둘러싸인 산책길을 600여 미터 가다보면 하얀색 기둥 모양이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두 건축물은 울기등대와 울기항로표지관리소로 쌍둥이처럼 동해를 바라보고 서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9미터 높이의 울기항로표지관리소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1906)로 세워졌는데, 군사목적으로 건설되었다고 하니 일본이 러시아 함대를 관측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으로 생각된다.



울기등대와 울기항로표지관리소를 지나면서부터는 오른 쪽으로 좁은 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2분여 걸어가면 길이 5미터의 고래 턱뼈가 아치모양으로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에는 고래 모양의 조각이 있다. 고래의 고장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래 턱뼈를 등 뒤로 하고 길을 걸으면 바로 바다가 보인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바다의 풍경은 낭만적이다. 여기서부터는 바위길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위를 걷는 기분이 상쾌했다.

10여미터 되는 철재 다리를 건너고 나면 곧 펼쳐진 바다와 함께 대왕암을 접하게 된다.








신라 30대 왕인 문무왕이 승하한 후에 경주 앞 바다에 있는 대왕석에 장사를 지내자, 문무왕이 용으로 승화하여 동해를 지켰다는 문무대왕 수중릉 설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왕암에 대한 설화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 잠깐 소개한다.  

문무왕이 승하한 지 몇 년이 지나 왕비(이름은 기록을 찾아 봐도 모르겠다)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왕비도 사후에, 호국 대룡이 되어 동해를 지키고 있는 문무왕을 따라 큰 호국룡이 되어 날아올라 울산 앞 바다에 있는 큰 바위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후세들이 기려 대왕바위, 대왕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호국 불교와 민간신앙이 결합하여 생겨난 설화 같다.

이러한 설화를 통해 백성들을 통솔하고 충성심을 자아내게 했을 텐데, 정말 설화의 주인공들이 나라와 백성을 얼마나 위했을까 생각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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