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각) 미 국무부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북한은 20년 9개월만에 테러지원국이라는 족쇄에서 불려나게 되었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북한은 환영의 뜻을 표명하며 핵 불능화 작업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핵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로 구성된 비핵화 제2단계 마무리와 제3단계 진입이 곧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도 곧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된다. 북미관계 개선, 6자회담 개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척 등 한반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로 오히려 한국정부는 불편해 졌다. 실제적으로 6.15선언과 10.4선언을 무시하고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한국 정부는 옹색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당국은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몰았던 <비핵․개방․3000> 정책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미관계의 개선, 남북관계의 경색은 결국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에 정당성을 더해 주는 꼴이 될 것이다.  

 지난 2일 남북군사회담에서 북한 군부는 남측에서 보내는 삐라를 문제 삼으며, 계속 삐라를 북으로 보낼 경우 개성공단 및 개성관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일부 우익단체들은 11일(한국시각) 서해 상에서 대량의 삐라를 기구에 실어 북측으로 보냈다. 환호성과 함께 삐라를 보내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당국은 민간단체에서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발뺌했다. 그토록 이정부가 중시하던 남북기본합의서에 위반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손 놓고 있었다.(민간이 하는 일은 정부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왜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들에게는 사사건건 문제를 삼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냉전이 극심한 시기에나 했던 행위를 눈감아 주고 있을 때,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 조치를 취한 것이니 정부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시계는 평화체제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물론 중간에 우여곡절도 있겠지만, 이러한 역사적 흐름의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여전히 냉전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6자회담이나 향후 전개될 평화체제 논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에 중심에 있어야 할 한국이 서야 할 자리는 그만큼 주변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변해야 한다.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및 이행의지 표명 및 인도적 지원 등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때 우리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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