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주차장이 없다고요?

-교통유발부담금 실효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

고인(故人)이 된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이집트 출신의 재벌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는 유럽에 수많은 백화점과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 중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백화점이라고 하는 해러즈 백화점에는 주차장이 없다고 한다. 유럽의 대부분 백화점들은 이처럼 주차장이 없거나 소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 백화점 업계에서 백화점내 주차장도 부족해 별도의 건물을 지워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우리나라 백화점이 더 좋아서 일까. 우리나라 도시가 더 넓어서 일까.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이 더 높아서 일까.

아니다. 그들은 백화점에 주차장을 없애거나 최대한으로 축소함으로써 자가용 이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가용 이용을 억제함으로써 에너지 절약과 대기환경 개선, 도시에서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고객이 들고 갈 수 있는 상품은 직접 운반하고, 부피가 큰 것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19일,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교통유발부담금 실효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있었던 백화점 직원의 발언은 인상적이다.

“우리 회사의 방침은 고객을 위해 최대한 주차장을 많이 확보하는 것입니다. 주차장이 넓어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이는 회사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즉 회사의 매출을 위해서 주차장을 넓히고 자가용 이용 고객을 많이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에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백화점, 예식장 주변의 정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세일 기간에는 도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된다. 이로 인한 에너지 낭비, 시간낭비, 대기오염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하면, 다량의 교통유발 시설물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교통혼잡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불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혼잡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비하면 책임 회피수준이며, 본래의 목적인 교통량을 감축하는 효과도 거의 없다.

녹색교통운동이 6대 광역시 주요 시설물 교통수요관리 담당자 95명과 교통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70% 이상이 현재의 교통유발부담금제도가 교통량을 감축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6대 광역시 1800개의 시설물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도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 건수가 4건에 불과해 교통유발부담금 본래의 취지가 얼마나 퇴색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약 6개월간의 실태조사와 3주간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녹색교통운동이 교통유발부담금 제도가 교통량 감축이라는 본래 취지를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1.교통유발부담금 상향조정과 감면혜택 확대. 2.지자체의 적극적 정책 추진(교통수요관리자 배치와 교육의 의무화) 3.교통량감축 이행계획서, 실태보고서 제출, 이행의 의무화. 4.교통유발부담금 감면조례 제정. 5.대국민 홍보강화. 6.특별관리 지구 선정 및 관리 강화.

이러한 타율적인 방안의 실시 이전에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꼭 자가용을 타야만 하는가?’

* 월간 <녹색교통> 2000년 10월자에 실은 글인것 같다.

Posted by 별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