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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8 잃어 버린 것과 새로 얻은 것 (4)

제가 무척 사용해 보고 싶던 펜이 있었습니다. 10년전부터.
(아무리 찾아다녀 봐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저께 우연히 그 펜을 발견했고, 어제 샀습니다.
하루 종일 만지작 거렸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게 자랑을 엄청 했죠.

 오늘.
둘째 아이 유치원에서 주관하는 '아빠와 떠나는 가을 여행'에 갔습니다.
강촌 구곡폭포로.
혹시나 해서 그 펜을 가져갔습니다. 무엇이든 글 쓸 일이 생기면, 그 펜으로 쓰려고요.


 여러가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나뭇잎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펜을 자주 꺼내서 쓴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숲 속 어딘가에 펜을 두고 온 듯 합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부인에게, 연애하는 심정으로 편지를 써보라는 미션을 받았습니다.

악필이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토록 쓰고 싶어 하던 펜으로 소중한 글을 쓸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이때까진 잃어버린 줄 몰랐죠.)

10여년전으로 기분으로 돌아가 연애편지 쓰는 심정으로 펜을 찾는데...
아뿔사,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펜이 없어서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학부모가
펜을 꺼내더니, 펜이 잘 나오는지 빈 종이에 확인을 해 보더군요.
그러나 서로 어색한 사이라 선뜻 제게 펜을 건내진 못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펜 좀 빌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제게 펜을 빌려 주었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시는 분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도와주려고 미리 준비를 한 행동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고마운 행동에
펜의 분실에 대한 아쉬움을 잊기로 했습니다.

그 분의 따스한 마음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주인을 잃어버린 그 펜도
저의 기분을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별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