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릴 적엔 그랬었는데…
- 잃어버린 작은 물건의 소중함

 집사람이 천식과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빨래는 주로 내가 담당한다. 간혹 세탁을 하고 옷을 꺼내다 보면 옷에 동전을 넣고 빨아서 그런지 동전이 남아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때로는 귀찮아하며 옆에 있는 선반 위에 올려놓는다. 어느 날 세탁기 안에서 동전을 주어 선반 위에 올려놓다가 보니 동전이 꽤나 많이 쌓여 있었다. 그 동전들은 교환가치를 잃어버린 듯 아무 쓸모 없는 물건처럼 선반에 축 늘어져 있었다. 분명히 우리들이 사용하던 동전이고, 여전히 유용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런 동전을 무심히 보다가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낫다.

어릴 적에 나는 이사하거나 가구를 옮기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옷장이나 이불장 등을 옮길 때 그 밑에 숨겨져 있던 동전이며, 구슬, 딱지, 연필 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었다. 형과 동생도 그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들뜨고 긴장된 마음으로 어른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때로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물건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기도 하고,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간혹 100원짜리 동전을 줍기라도 하는 날이면 완전히 잔칫날이 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값이 나가는 물건들이 아니었다. 물건이 귀할 때였기도 했지만, 우리가 그 물건들에 집착을 했던 것은 그들에 묻어 있는 우리의 손때, 작은 추억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억이 담겨 있는 작은 물건을 되찾음으로써 행복감을 맛보았던 소박하고 소중한 기억들이다.

어느덧 아빠가 된 나는 이러한 희미해진 옛 모습을 세살 난 아들에서 발견하곤 한다. 우리는 가구 배치를 자주 하는 편인데, 가구를 옳길 때마다 아들 녀석은 정신 없이 달려들어 작은 장난감, 색연필, 딱지(옛날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작은 물건 등을 줍고는 신나서 뛰어 다닌다. “아빠! 이거 태웅이 거야!”하고 소리 치는 얼굴에는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난다. ‘아, 나도 저렇게 작은 물건, 쓰던 물건들을 되찾으며 좋아했었는데…’하는 생각이 마음을 진동시킨다.

현재 누리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가 우리의 작은 행복감, 추억들을 밀어내 버리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것들의 가치를 알고 소중히 한다면 세상은 좀더 따뜻하고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자원낭비와 환경오염도 줄어들고 말이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 2003년, 모 잡지에 기고한 글.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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