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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31 현명한 일탈을 꿈꾸며 - 한국철학의 이해

현명한 일탈을 꿈꾸며 - 한국철학의 이해
흥사단미래사회리더스쿨, 김교빈 교수 강연

누군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당신은 한국인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누구나 당황할 것이다. 때로는 버럭 화를 내며 주민등록증을 내미는 성질 급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저 웃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물가의 척도가 되기도 하는 맥도날드, 세계 어디를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나이키,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들고 바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한국인 다움'을 간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쉬이 찾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 초국적기업을 필두로 한 세계화의 흐름을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용기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작지만 다부진 몸의 중년남자가 있다. 바로 성균관대 동양철학박사인 김교빈 선생님이다.


강연에서 그는 '철학을 아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아는 것이며, 뿌리를 아는 것은 곧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는 것' 이라며 한국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화의 거친 물살 속에서 한국 철학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은 민족의 동질성을 보장하는 기반이 되며, 다른 민족과의 차별성을 드러내어 국제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탄탄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라는 잘 알려진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철학을 포함한 동양철학은 서구적인 세계관이 불러일으킨 현재의 문제의 해결책으로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화보다는 합리와 경쟁, 성장을 중요 가치로 간주하는 서구사상이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게 됨에 따라, 빈부격차와 환경 등 세계는 다양한 문제를 안게 되었다. 합리적인 것이 빠를 수 는 있지만, 조화로운 것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현대에 와서야 큰 상처를 얻고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서 동양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철학은 중국 등 대국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동양 철학 안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형성 해 왔기 때문에 서구 중심의 세계화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것은 '우리 것만이 최고'라는 편협한 국수주의나 철학을 위한 철학을 하자는 이상주의는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한국철학이 가지는 가능성을 인정하되, 그 한계 역시 함께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영역을 형성 해 온 한국철학에 긍지를 가지되, 한국 철학이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은 부분을 겸허하게 인정하며 다른 문화의 독자성 역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철학을 하는 데 있어 역사의식과 시대의식, 사회의식임을 주장하며 철학에 있어서도 과학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대의식을 잃어버리고 사회에 융화되지 못하는 철학은 허위의식일 뿐이라고 말하며, 사회경제에 대한 과학적 분석의 위에서 철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문제나 시민운동 등이 탄탄한 의지와 철학을 기반으로 일어나야 하는 것은 옳은 말이지만, 그 위에 철저한 과학적 분석과 냉철한 시선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그는 공학 연구에 있어서도 '인간을 위한 연구'라는 출발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철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성장과 경쟁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된 현대사회에서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어리석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시각각 경쟁과 계산에 의해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도, 그 뿌리를 잃지 않고 탄탄히 서기 위해서 한국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철학에 대한 깊은 통찰은 꼭 필요한 것이다. 위를 보는 것만이 현명한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시대에, 아래를 바라보며 자신을 받치고 있는 뿌리를 탄탄히 다지는 일을 '현명한 일탈'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한국 철학에 대한 진지한 통찰은 결국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받치는 뿌리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해답이 될 것이다.

 

<흥사단미래사회리더스쿨 박선하 기자>

Posted by 별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