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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8 이 음식,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 발우공양 체험 1


지난 주, 흥사단이 후원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말로만 듣던 발우공양을 했다. 생각보다 까다롭고 어려웠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수양, 그 자체였다.

발우공양은 모두가 함께, 한 자리에서 한다.
먼저 각자의 발우를 가지고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모두가 자리에 앉으면, 발우 보자기를 차례로 푼다. 나무로 만들어진 발우는 4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기가 조금씩 달라 잘 포개어 져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역시 나무로 만들었다. 가장 큰 발우를 어시발우라 하는데 밥을 담는다. 이외에 국을 담는 국발우, 물을 담는 찬수발우, 반찬을 담는 반찬발우로 구성된다.

 

 * 윗 사진 참조

준비가 다 되면, 담당자가 먼저 물을 어시발우에 따라 준다. 이리저리 흔들어 잘 헹군 다음, 국발우, 반찬발우를 헹구고 마지막에 천수발우에 담는다.(참고로 천수발우에 담긴 물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공양이 끝나고 발우를 헹구는데 사용한다.)

발우를 헹군 다음에는 담당자가 밥과 국을 먹을 만큼 배식한다. 반찬은 자기가 먹을 만큼 덜고, 다음 사람에게 전달한다. 반찬을 담을 때 반드시 김치나 무 조각을 챙겨야 한다. 식사 후에 발우를 닦을 때 사용하기 위해서다.














배식이 다 끝나면 다 같이 공양의 뜻을 상기하는 '오관게'를 암송한다.


오관게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내가 돈을 주고 음식을 먹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덕행을 생각하고 겸손한 자세로 음식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마음에 와닿았다.

암송 후에는 공양을 시작한다. 모두들 조용히 소리를 내지 않고 먹는다. 음식은 짜거나 맵거나 시지 않고 담백하다.

공양을 다 마친 후에는 담당자가 마실 물을 어시발우에 따라 준다. 밥알이 남지 않도록 김치나 무 조각으로 잘 닦는다. 그 다음에는 어시발우에 있는 물은 국발우, 반찬발우 순으로 따라 깨끗하게 헹군다. 그 후에 그 물을 마신다.

발우에 담긴 모든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었기 때문에 버릴 음식이 없다. 음식물도 아끼고 버리는 것이 없으니 환경에도 이롭다. 다음에는 천수발우에 있던 물을 어시발우, 국발우, 반찬발우로 따라가며 잘 헹군 후, 다시 천수발우에 담는다.

천수발우에 담긴 물은 담당자가 들고 있는 양동이에 따른다.

모든 사람이 물을 다 따르면 담당자는 큰스님(?)이나 공양을 주관하는 스님에게 보여 준다. 그 물이 깨끗하면 통과가 되고, 음식물 찌꺼기가 있으면 그 물을 나누어서 다 마셔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공양을 시작했을 때와 같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회향게를 암송한다.

 

회향게

원컨대 섭취한바 아름다운 이들음식
이몸안에 안머물고 모공따라 나아가서
멀리멀리 모든법계 중생몸에 스며지어
모든번뇌 없애주는 신묘한약 되오소서.

  배를 채우거나, 맛을 위해 먹는 식사와는 달리
자연과 자신의 교감을 통해 수양을 하는 발우공양 체험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 체험을 토대로 작성했으나, 기억의 한계가 있어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음.* 오관게와 회향게는 사찰에서 받은 글을 그대로 옮겼음.
* 템플 스테이 기회를 제공해 주신 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와 춘천 삼운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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