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무척 사용해 보고 싶던 펜이 있었습니다. 10년전부터.
(아무리 찾아다녀 봐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저께 우연히 그 펜을 발견했고, 어제 샀습니다.
하루 종일 만지작 거렸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게 자랑을 엄청 했죠.

 오늘.
둘째 아이 유치원에서 주관하는 '아빠와 떠나는 가을 여행'에 갔습니다.
강촌 구곡폭포로.
혹시나 해서 그 펜을 가져갔습니다. 무엇이든 글 쓸 일이 생기면, 그 펜으로 쓰려고요.


 여러가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나뭇잎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펜을 자주 꺼내서 쓴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숲 속 어딘가에 펜을 두고 온 듯 합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부인에게, 연애하는 심정으로 편지를 써보라는 미션을 받았습니다.

악필이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토록 쓰고 싶어 하던 펜으로 소중한 글을 쓸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이때까진 잃어버린 줄 몰랐죠.)

10여년전으로 기분으로 돌아가 연애편지 쓰는 심정으로 펜을 찾는데...
아뿔사,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펜이 없어서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학부모가
펜을 꺼내더니, 펜이 잘 나오는지 빈 종이에 확인을 해 보더군요.
그러나 서로 어색한 사이라 선뜻 제게 펜을 건내진 못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펜 좀 빌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제게 펜을 빌려 주었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시는 분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도와주려고 미리 준비를 한 행동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고마운 행동에
펜의 분실에 대한 아쉬움을 잊기로 했습니다.

그 분의 따스한 마음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주인을 잃어버린 그 펜도
저의 기분을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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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일날. 업무가 끝나지 않아 저녁 8시가 되어서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 받아보니 큰 아들이다. 아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무조건 빨리 들어오란다. 하도 간절하게 이야기해서 짐을 싸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니 케이크가 눈에 띤다. 설명을 들어본 즉,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용돈을 모아 케이크를 샀다고 한다. 고르는 것은 5살 둘째가 했단다.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 보게 되었다.


2.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큰 아들이 반기면서 종이 묶음을 내민다. 일명 “효도카드”란다. 방청소, 설거지, 신발장 청소, 안마, 화분에 물주기, 빨래 널기, 이불정리하기 등이 종이에 쓰여 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해당되는 종이를 한 장 자기에게 주라고 한다. 언제고 그 일을 하겠다고 한다. 벌써 ‘동생 돌봐주기’ 카드를 엄마가 주어서 열심히 동생을 돌봐 주고 있단다. 자기가 만들어 놓고선, 벌써 1장을 모았다고 좋아한다. 뿌듯하기도 하면서, 왠지 나는 아이들에게 줄 카드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어느 교육자의 말처럼,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함께 해 주는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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