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일날. 업무가 끝나지 않아 저녁 8시가 되어서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 받아보니 큰 아들이다. 아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무조건 빨리 들어오란다. 하도 간절하게 이야기해서 짐을 싸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니 케이크가 눈에 띤다. 설명을 들어본 즉,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용돈을 모아 케이크를 샀다고 한다. 고르는 것은 5살 둘째가 했단다.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 보게 되었다.


2.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큰 아들이 반기면서 종이 묶음을 내민다. 일명 “효도카드”란다. 방청소, 설거지, 신발장 청소, 안마, 화분에 물주기, 빨래 널기, 이불정리하기 등이 종이에 쓰여 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해당되는 종이를 한 장 자기에게 주라고 한다. 언제고 그 일을 하겠다고 한다. 벌써 ‘동생 돌봐주기’ 카드를 엄마가 주어서 열심히 동생을 돌봐 주고 있단다. 자기가 만들어 놓고선, 벌써 1장을 모았다고 좋아한다. 뿌듯하기도 하면서, 왠지 나는 아이들에게 줄 카드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어느 교육자의 말처럼,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함께 해 주는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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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일날. 업무가 끝나지 않아 저녁 8시가 되어서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 받아보니 큰 아들이다. 아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무조건 빨리 들어오란다. 하도 간절하게 이야기해서 짐을 싸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니 케이크가 눈에 띤다. 설명을 들어본 즉,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용돈을 모아 케이크를 샀다고 한다. 고르는 것은 5살 둘째가 했단다.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 보게 되었다.


2.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큰 아들이 반기면서 종이 묶음을 내민다. 일명 “효도카드”란다. 방청소, 설거지, 신발장 청소, 안마, 화분에 물주기, 빨래 널기, 이불정리하기 등이 종이에 쓰여 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해당되는 종이를 한 장 자기에게 주라고 한다. 언제고 그 일을 하겠다고 한다. 벌써 ‘동생 돌봐주기’ 카드를 엄마가 주어서 열심히 동생을 돌봐 주고 있단다. 자기가 만들고, 벌써 1장을 모았다고 좋아한다. 뿌듯하기도 하면서, 왠지 나는 아이들에게 줄 카드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어느 교육자의 말처럼,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함께 해 주는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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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릴 적엔 그랬었는데…
- 잃어버린 작은 물건의 소중함

 집사람이 천식과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빨래는 주로 내가 담당한다. 간혹 세탁을 하고 옷을 꺼내다 보면 옷에 동전을 넣고 빨아서 그런지 동전이 남아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때로는 귀찮아하며 옆에 있는 선반 위에 올려놓는다. 어느 날 세탁기 안에서 동전을 주어 선반 위에 올려놓다가 보니 동전이 꽤나 많이 쌓여 있었다. 그 동전들은 교환가치를 잃어버린 듯 아무 쓸모 없는 물건처럼 선반에 축 늘어져 있었다. 분명히 우리들이 사용하던 동전이고, 여전히 유용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런 동전을 무심히 보다가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낫다.

어릴 적에 나는 이사하거나 가구를 옮기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옷장이나 이불장 등을 옮길 때 그 밑에 숨겨져 있던 동전이며, 구슬, 딱지, 연필 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었다. 형과 동생도 그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들뜨고 긴장된 마음으로 어른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때로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물건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기도 하고,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간혹 100원짜리 동전을 줍기라도 하는 날이면 완전히 잔칫날이 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값이 나가는 물건들이 아니었다. 물건이 귀할 때였기도 했지만, 우리가 그 물건들에 집착을 했던 것은 그들에 묻어 있는 우리의 손때, 작은 추억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억이 담겨 있는 작은 물건을 되찾음으로써 행복감을 맛보았던 소박하고 소중한 기억들이다.

어느덧 아빠가 된 나는 이러한 희미해진 옛 모습을 세살 난 아들에서 발견하곤 한다. 우리는 가구 배치를 자주 하는 편인데, 가구를 옳길 때마다 아들 녀석은 정신 없이 달려들어 작은 장난감, 색연필, 딱지(옛날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작은 물건 등을 줍고는 신나서 뛰어 다닌다. “아빠! 이거 태웅이 거야!”하고 소리 치는 얼굴에는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난다. ‘아, 나도 저렇게 작은 물건, 쓰던 물건들을 되찾으며 좋아했었는데…’하는 생각이 마음을 진동시킨다.

현재 누리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가 우리의 작은 행복감, 추억들을 밀어내 버리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것들의 가치를 알고 소중히 한다면 세상은 좀더 따뜻하고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자원낭비와 환경오염도 줄어들고 말이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 2003년, 모 잡지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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