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주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은 식민 잔재 청산해야

8월 29일이면 우리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지 99년이 된다. 내년이면 100년이 되는 국치일을 어떤 의미로 맞아야 할 것인가? 그저 부끄러운 역사이니까 빨리 잊고 지나가는 것이 좋은 것일까?

식민 지배와 침탈, 전쟁 범죄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 제국이 가한 야만스런 폭력의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고, 과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뉘우침도 없는데 어떻게 앙금 없이 미래로 나갈 수 있겠는가?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은 지금도 역사왜곡을 일삼으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패권국가로의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이다.(오늘도 일본 에히메현 교육위원회가 ‘후쇼샤’의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기로 채택했다고 한다.) 보수우익들이 천황을 미화하며 다시 역사의 전면으로 내세우려고 시도하는 것도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말씀하셨듯이, 나쁜 이웃이 곁에 있으면 이를 깨우치게 하고, 착한 이웃으로 만들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문명국의 의무이다. 한일 양국은 ‘세습적 피해자 의식’과 ‘세습적 가해자 의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벗’이 되어야 진정한 평화와 발전이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부끄러운 역사는 빨리 잊고 영광스런 역사를 기억하자는 식의 단순하고 위험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끄러운 과거도 우리의 역사다. 역사는 장식품이 아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제의 침탈로 인한 아픔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이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 국민이 당한 아픔의 대가를 정부가 받고나서, 과거의 일은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한일 양국 정부, 시민들이 아픈 역사를 다시 바라보고,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치유할 것은 치유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면서 평화로운 미래를 구상하자. 그것이 국치일을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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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진실과 미래,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 주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지난 8월 26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개최한 <제880차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표한 성명서 이다.



- 성명서 -

 

8월의 무더위 아래, 오늘도 우리는 어김없이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880차 수요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일 당국의 노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근본 해결은 아득하기만 하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과거사가 여전히 현재의 역사로 지속됨을 분노하는 한편 부끄러움을 금할 길 없다. 8월 29일이면 우리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지 꼭 99년이 되는 날이기에 더욱 참담함을 느낀다.

우리는 일본군‘위안부’문제뿐 아니라 모든 강제동원 피해의 역사가 바로 99년 전에 강제로 체결된 병탄조약에 근본적으로 기인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한일과거사 문제는 물론 오늘의 왜곡된 한일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일본제국주의의 식민 침탈의 전쟁범죄에 대한 근본 청산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정부마저 이러한 범죄의 출발점이 된 99년 전 경술국치를 애써 외면해 왔다. 그 날을 기억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우리의 자존감에 큰 상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끄럽고 고통에 찬 역사를 대면하고 극복하려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출발이 되며 미래에 또 다시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미래를 위한 대비이기도 하다. 그것은 여기 나와 계신 할머님들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요즘 일본에서는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 끝나고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한일 과거사와 관련된 일본정부의 태도와 정책 또한 진전하지 않겠는가 라는 기대도 높다. 그러나 민주당 또한 스스로 약속하였던 ‘위안부’관련 해결법안마저 공약에서 제외하였다. 일본의 우경화 기조에 맞추어 마땅히 해결해야 할 한일과거사 관련 정책은 민주당 정책에서 거의 실종되고 말았다. 우리는 민주당을 포함한 일본의 정치세력이 일본 사회의 민주화와 동아시아 평화 공존을 위해 식민지 침탈과 침략 전쟁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죄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강력히 지적한다. 더욱 강제병합 99주년을 맞이하면서 일본정부는 후안무치의 역사를 씻어내고 성숙한 민주평화국가로 재탄생할 재생의 기회로 삼기를 간곡히 요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 또한 한일과거사 청산을 위해 더욱 매진할 필요가 있다. 감나무 아래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듯 일본 새정부의 ‘선처’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오히려 더 큰 목소리와 치밀한 논리로 가해국 일본의 전쟁책임을 준엄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시민사회가 피해자들이 가해국 일본에게 식민지 범죄 책임을 묻는 마당에, 한국정부는 오히려 한일과거는 잊어버리고 이른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로 나아가자고 엇장단을 치고 있다. 과거사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어떻게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다는 것인가. 정부가 나서도 부족할 판에 정부가 한일과거사 청산의 걸림돌이 되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부끄러운 역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반성과 극복을 위해 전력 실천할 때이다. 우리는 왜 그런 치욕의 역사를 겪지 않으면 안되었던가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또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이 빚은 비극의 역사를 규명하고 일본 정부에 대해 사죄와 배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과거사를 청산함으로써 인권에 기초한 평화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렇다! 국치 100년은 망각이 아니 각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미 60여 시민단체와 학술단체는 6월 <진실과 미래,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공동추진위원회는 불행과 치욕을 용인했던 우리 내부의 역사를 반성하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우리 내부의 역사 인식 정립과 실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식민주의와 침략전쟁의 청산이라는 근본 원칙 위에서 100년이 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한일과거사 청산을 위해 국내 시민사회의 굳은 연대는 물론 남북해외 한민족의 공동 실천을 추구하면서 나아가 동아시아 민중과 연대해 민족 억압과 차별, 그리고 전쟁없는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만들어나가는 실천의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다짐 위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일본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해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고 공식 사죄하라!
2. 일본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의 피해자에 대해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3. 일본정부는 후세들에게 전쟁범죄의 실상을 올바로 기록하고 교육하라!
4. 한국정부는 올바른 한일과거사 청산을 위해 적극 앞장서라!
5. 한국정부는 일제 식민지배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인권을 위해 앞장서라!
6. 민족 억압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동아시아 시민은 연대하자!

2009년 8월 26일

진실과미래,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와 제880차 정기수요시위 참가자 일동

Posted by 별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