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일날. 업무가 끝나지 않아 저녁 8시가 되어서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 받아보니 큰 아들이다. 아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무조건 빨리 들어오란다. 하도 간절하게 이야기해서 짐을 싸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니 케이크가 눈에 띤다. 설명을 들어본 즉,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용돈을 모아 케이크를 샀다고 한다. 고르는 것은 5살 둘째가 했단다.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 보게 되었다.


2.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큰 아들이 반기면서 종이 묶음을 내민다. 일명 “효도카드”란다. 방청소, 설거지, 신발장 청소, 안마, 화분에 물주기, 빨래 널기, 이불정리하기 등이 종이에 쓰여 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해당되는 종이를 한 장 자기에게 주라고 한다. 언제고 그 일을 하겠다고 한다. 벌써 ‘동생 돌봐주기’ 카드를 엄마가 주어서 열심히 동생을 돌봐 주고 있단다. 자기가 만들어 놓고선, 벌써 1장을 모았다고 좋아한다. 뿌듯하기도 하면서, 왠지 나는 아이들에게 줄 카드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어느 교육자의 말처럼,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함께 해 주는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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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놀이방에 보낸 첫날
(2002년 7월 15일 오전 10시 20분)

 

태웅이는 지금쯤 놀이방에서 열심히 놀고 있겠지? 혹시 울고 있는 것을 아닐까?

때때로 짜증을 내며 울곤 하지만, 항상 밝게 웃고 재미있게 노는 태웅이는 놀이방에서도 잘 지내리라 생각한다.

작년 6월달 이후로 태웅이는 외할머니께서 보살펴 주셨어. 외할머니의 따스한 보살핌으로 태웅이는 무럭무럭,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어. 그렇게 보낸 지가 벌써 1년이 지났어. 한 10일전에 태웅이는 서울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오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거야. 인생을 살면서 기록할 만한 날이라 생각되어 아빠가 대신 몇자 적는다.

 

오늘 아빠는 아침 6시 30분경에 태웅이가 장난치는 소리에 깨어났어. 태웅이는 벌써 엄마랑 아침 밥을 먹고 나서, 놀이방을 가는 날이라는 것을 아는 듯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다. 아빠가 씻고 아침 밥을 먹는 동안 엄마는 태웅이를 목욕을 시켜주었어. 깨끗하고 깔끔한 태웅이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엄마는 출근시간이 늦도록 태웅이를 씻기고 예쁜 옷을 입히고 하느라 정신이 없으셨어. 엄마가 7시 30분경에 출근을 하자 태웅이는 엄마랑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인지 엄마를 따라 나가겠다고 자꾸만 신발을 가리키며 밖으로 나가자고 아빠에게 우는 소리로 부탁을 하는 듯 했어. 하지만 아빠는 태웅이가 놀이방 갈 준비를 빨리 해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고. 이때부터 태웅이는 계속 보채기 시작했어. 태웅이는 계속 아빠를 졸졸졸 쫓아다니며 억지로(?)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계속 보챘고. 한동안 이렇게 아빠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8시 15분이 되어서 집을 나서게 되었지. 태웅이가 먹을 우유, 빵, 치즈, 물, 우유병, 컵을 챙기고, 갈아입을 옷, 손수건을 쇼핑백에다 넣은 다음, 양말을 신겼지. 양말을 신긴 다음부터는 태웅이의 표정이 밝아지더라. 신발을 신고 나서는 태웅의 특유의 웃음소리-키득키득-를 내며 신나 하는 거야. 집 밖으로 나가서 몇 미터 걷더니 안아달라고 해서, 한 손에는 쇼핑백을 한 손에는 태웅이를 안고 걷기 시작했어. 이상하게 다른 사람이랑 다닐 때는 잘 걸어 다니면서 아빠랑 다닐 때는 왜 자꾸 안아달라고 하지는 모르겠어. 왜 그러는 것일까?

집에서 놀이방까지는 걸어서 2-3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놀이방이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가게에 가서 태웅이 귀저기를 사고 2층에 있는 놀이방으로 갔어. 문을 열고 놀이방으로 들어가니 태웅이보다 1살 정도 많은 아이가 달려나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태웅이를 쳐다보더라. 그 녀석이 태웅이게게 잘 해 주기를 속으로 부탁하면서 태웅이 신발을 벗기고 방으로 들어갔어. 그때 원장 선생님이 나오셔서 ‘야, 우리 태웅이 일찍 왔네’ 하시면서 태웅을 안아 주시더라. 처음에 태웅이는 아빠를 쳐다보면 아빠에게 오려는 듯 손을 내밀어 뭐라고 이야기를 했어. 선생님이 태웅이를 내려놓자 아빠에게 착 달아 붙더군. 선생님에게 태웅이가 심하게 울거나 보채면 연락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아빠는 태웅이 눈치를 보면서 바닥에 계속 앉아 있는 척을 했어. 선생님이 놀이기구가 있는 방으로 태웅이를 안고 가자 태웅이는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며 키득키득 기렸지. 이때 아빠는 놀이방으로 나와 집으로 왔어.

집에 와서 집안 정리하고 차 한잔 마시고, 태웅이가 잘 놀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엄마,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왔어. 태웅이 놀이방에 잘 갔느냐고. 엄마가 놀이방 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다시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태웅이가 잘 놀고 있다고 말해 주었어. 아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외할아버지께 이 소식을 전화를 알려 주었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태웅이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잘 되기를 바라고 있어.

이러한 좋은 환경 속에서 태웅이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는 바란다.

 

이 부분은 태웅이가 고등학교를 갈 정도 나이가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체발생은 개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말이 있어. 즉 사람의 경우, 인류가 처음 생겨나서 지금까지 진화해 오는 과정(개통발생)을 한 인간이 태어나서 그대로 재현(개체발생)한다는 것이지. 인류가 처음 생겨났을 때의 모습은 한 인간이 태어났을 때의 모습과 같고, 인류가 기어 다니다가 걸어 다니기 시작하고(호모 에렉투스), 도구를 사용하면서 생각을 발전 시켜나가는(호모 사피엔스) 과정은 한 인간이 태어나서 어른이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이야. 인류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변화(일반적으로 발전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를 겪어 왔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역사의 발전, 승리인 듯 이야기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어디론가 향해 경쟁을 하며 달려가게 되었지. 인간성을 상실함과 동시에 각종 차별, 소외가 생겨나고 특히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지구 환경은 물론, 인간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어. 그래도 사람들은 지금까지 변화해온 속도보다 더 빨리 변화하기 위해 어디론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어. 갓 태어난 아기는 한 가정에서 오랫동안 인류가 원시생활을 해오던 것처럼 가정(1차 집단)이라는 이해관계가 없는 울타리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하는데, 현대인들은 빨리 빨리 달려가기 위해 어린 아이를 사회기관(놀이방, 유아원, 유치원)으로 보내지. 물론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며 사회(2차집단)에 적응을 하게 되는 장점은 있겠지. 하지만 조건이 허락된다면 아빠는 오랜 기간의 원시생활처럼 태웅이도 사회체제에 편입되지 않고 태웅이 만의, 또는 우리 가족만의 테두리에서 서로의 사랑을 만들어가고, 개성을 형성해나가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하지만 아빠와 엄마도 사회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이고,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 우리에게도 크게 예외인 것은 아니어서 태웅이도 놀이방에 가게 된 거야.

 

야∼ 태웅이가 놀이방에 가는 것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글을 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집에서 아빠랑 엄마랑 있는 것보다 놀이방에 가서 비슷한 또래들이랑 노는 것을 태웅이가 더 좋아 할 수도, 태웅이 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 태어났으니까 항상 재미있게 생각하고 살아가자꾸나. 아빠랑 엄마는 집에서 태웅이랑 보내는 시간에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께.

오늘 첫날이라서 아빠가 2시 정도에 데리러 갈 거야.(적응이 되면 오후 7시 30분까지 놀이방에서 놀아도 돼) 그때까지 너의 첫 사회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으려무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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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오후 1시 30분) 놀이방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를 하셨다. 태웅이가 형아들(놀이방에서 태웅이가 가장 어리다)을 쫓아다니며 신나고 놀았으며, 밥도 잘먹고 우유도 잘먹고, 지금은 막 잠이 들었다고 한다.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지금은 무슨 꿈을 꾸며 자고 있을까. 정말 다행이다. 우리 태웅이는 너무너무 좋은 아이야. 엄마도 할머니도 이 소식을 듣고 태웅이가 너무 대견하다며 좋아하셨어. 태웅이는 우리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야. 너무 고맙다. 태웅이가 잠에서 깨면 선생님이 연락을 준다고 했어. 조금 있다가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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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처음으로 매를 든 날
(2002.8.19)

매를 든다고 해서 왜 드는지 모를 너에게 매를 들었다.

오늘 오후에 유난히 말썽을 심하게 부리더구나. 서랍을 열고 안에 있는 물건 꺼내서 다 흩트려 놓고, 다시 정리하는 사이 다른 서랍을 열어서 또 어지럽혀 놓고…. 때로는 싱크대를 열어 위험하게도 칼에 손을 대기도 하고, 식용유를 엎어뜨리기도 하고…. 늘상 태웅이가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정신이 없고 한편으로는 위험에서 여러 차례 말리다 못해 매를 들었다. 엄하게 몇 마디 혼내고는 종아리를 한대 때렸다. 한참 신나게 놀다가 한 대 맞은 태웅이는 서럽게 울기 시작하더구나. 내 생각에도 조금 세게 때린 것 같아. 저녁에 잘 때 보니 회초리를 맞은 자리가 발갛게 부어 올랐더구나.
(그래도 태웅이는 뒤끝은 없는 것 같다. 잠깐 울더니 다시 고개를 약간 옆으로 누이고 아빠를 빤히 쳐다보며 하얀 이를 들어내고 눈을 찡긋거리며 특유의 맑은 미소를 짓는게 아닌가. 너무 미안하고 예뻐서 꼬옥 껴안아 주었더니, 오히려 아빠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더라고. 세상에 이런 천사를 때리다니…)

엄마랑 같이 작은 태웅이의 종아리를 보면서 다시는 매를 들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최소한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 자각하고, 왜 맞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는 절대로 매를 들지 않겠다고. 물론 나이가 시간과 함께 흘러가더라도 가급적-이처럼 좀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은 아직 판단이 제대로 서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매는 들지 않아야겠지.

아빠도 아빠의 아빠, 엄마(태웅이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매 맞은 적이 있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매를 맞기 전에 아빠는,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내가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알았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단다. 그리고 매 맞기 전에 느끼는 무서움은 맞아서 아픈 것 보다 더 두려운 무엇이었던 것 같다. 때로는 진정 잘못인지 알면서, 때로는 잘못인지 모르면서, 때로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 했던 행동들에 대해 할아버지, 할머니는 혼내기도 하고, 모른 척 하시기도 하고, 잘 타이르시거나 오히려 더 따뜻하게 대해주시기도 한 기억이 떠오른다. 나의 성장에 어떠한 대응이 도움이 되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된다.

절대로 아빠가 아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에 대한 모자람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혼내거나 매를 드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마. 나도 인간인 지라 확답은 못하고 그저 노력에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잘자거라 태웅아, 꿈속에서 절대 매 맞는 꿈을 꾸지 않길 바라며.

* 태웅이가 갓 6개월이 지났을 때 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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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25일

조금 지났으니 이야기해도 되겠구나.

태웅이가 태어나던 날, 저녁 늦게 의사가 아빠를 불렀어. 그때 엄마는 수술에서 다 회복되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있었고 아빠는 간호하고 있었단다.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니 네가 너무 작아서 무슨 이상이 있나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입원수속을 밟으라고 하더라. 순간 무척 놀라고 걱정이 되었지. 마치 너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입원수속 하고 정밀검사 받는 수속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어.

수속을 하면서 내 자신이 많이 걱정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 소식을 엄마가 듣게 되면 얼마나 상심이 클까하는 또 다른 걱정이 머리 속에 들어오더라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엄마가 걱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마침 모든 아기들에게 정부에서 무료로 검사해주는 것이 있어 그 신청서를 들고 가서 엄마에게 말했지. 엄마는 직감적으로 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아빠의 말을 믿지 않았어. 하지만 아빠가 정말로 아무 이상이 없다고 계속 이야기하자 수긍을 했지.

2,3일이 지나고 엄마가 수술에서 회복되어 걸어다닐 수 있게 되자 태웅이를 면회할 수 있게 되었어. 그전에는 아빠만 태웅이를 만나 볼 수 있었거든. 그 때서야 엄마에게 그때 사정을 이야기하고 별 문제없으니 안심하라고 이야기했어. 물론 태웅이는 정밀조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서 아빠, 엄마 모두 기뻐하고 안심을 할 수 있었단다.

부디 아픈 곳이 없기를 엄마, 아빠는 간절히 기도했단다. 그 기도는 지금도 매일 매일 하고 있단다. 마치 바람 앞에 촛불이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태웅이를 돌보고 있단다.

오늘은 약간 감기 기운이 있구나. 잘 이겨내기를 기원한다. 물론 아빠, 엄마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최선을 다할게.

너의 건강은 곧 아빠, 엄마의 행복이란다.

(또한 아빠가 태웅이를 입원, 정밀진단 수속을 하고서도 엄마에게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 한 것은 아직 수술에서 회복되지 않은 엄마를 걱정해서란다. 아빠도 속으로는 많이 걱정이 되었지만 엄마가 더 많이 걱정하고 힘들어 할까봐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 것이란다. 이처럼 아빠의 위치란 한번 더 생각하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가족의 안녕을 더 생각하는 것인가 보다. 너도 커서 어른이 되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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