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무엇일까?


주민의 지방행정 참여 확대? 주민복지 향상? 아니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화려하고 거대하게 새로 지어진 지자체 건물이다. 세금을 내는 주민으로서 높고 멋있게 지어진 건물을 보면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주민을 위해 써야할 돈이 자치단체 건물을 새롭게 짓거나 재건축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주민을 위한 복지향상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시 성북구청 청사가 얼마 전 완공되었다.
이전 건물과 비교하면 정말 으리으리하게 지어졌다. 필요이상으로 지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이미 지어졌으니, 좋은 건물에서 좋은 행정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공간이 주민들에게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일반 구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확보된다면 구청에 대한 불만이 약간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성북구청 옆을 지나는 보행자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
바로 주차장 옆에 선만 그어놓은 보행자도로이다.(구청을 새로 지으면서 주변 도로구조도 변경하였다.) 거창하게 높이 올라간 구청 건물 옆에 노란색 선으로 그어진 보행자 도로가 있다. 초라하기 그지없다. 매우 위험하다. 채 1m도 안 되는 공간에 아무런 안전 시설․장치도 없다. 주차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도 높고, 배출가스에 노출되는 정도도 심하다.   

         <선만 그어진 보행자 도로. 주변에 불법 주차한 차들도 보인다. 형식적인
           보행자 도로와 차도로 걷는 주민들이 위험해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동차 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보행자의 안전은 이리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일방도로로 해도 될 차도는 충분히 확보하고, 주차 공간까지 마련해 놓고선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행자들은 위험한 보행자 도로(라고 써진 도로)를 걷거나 차도로 걷고 있다. 소위 말하는 ‘적색교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길은 원래 사람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길은 자동차의 것이 되었다.
교통약자인 보행자들은 길거리에서 천대받고 있다.
높아진 건물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늘 속에 보행자의 권리는 사라졌다. 

하루빨리 성북구청이 보행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녹색 삶터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한다. 회색도시․적색교통 정책이 아닌, 녹색도시․녹색교통 정책으로의 전환을 바란다. 행정기관 중심적 정책이 아닌 진정 주민을 우대하는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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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의 ‘다음’은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 글이 읽혀지게 될 즈음에는 나의 ‘다음’이 탄생했으리라. ‘우리와다음’ 1주년 축하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우리와다음’을 이리저리 읽어보며 나의 ‘다음’을 생각하니 한 장 한 장이 따스하게 깊은 감동으로 와 닿는다.

1년 전 새로운 소식지를 준비하느라 분주해 하시던 김소연 부장님이 도움말을 얻기 위해 필자를 찾아왔을 때에는 왠지 우리 단체의 기관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지만(당시 필자는 녹색교통운동 소식지 ‘녹색교통’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었다), 며칠 뒤 ‘우리와다음’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는 오히려 필자와 ‘녹색교통’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력 있는 단체에 걸맞게 강한 맛이 나면서도 아기자기한 담백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읽는 이로 하여금 식욕을 돋게 한다.

‘우리와다음’이 이처럼 영양 만점의 풍성한 ‘식단’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주류 사회가 변방으로 내몰고자 했던) 아주머니들의 열정과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된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왕성한 활동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에게 시민운동의 동지로서 깊은 존경과 애정을 전한다.

세월이 흘러 ‘우리와다음’이 이 사회에 큰 뿌리를 내린 후에는 ‘다음’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역과 ‘우리’에게 깊이 있는 활동을 전달하는 영역을 분리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감히 생각해 본다. ‘다음’을 위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을 자상하게 이야기 해주는 ‘식단’을 마련하고 이론과 실천을 통해 세상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우리’들을 위한 ‘식단’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와다음’의 성숙해진 다음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의 ‘다음’에만이 아니라 ‘우리’의 ‘다음’들이 모두 밝고 건강하게 자라 지금의 ‘우리’보다 나은 ‘우리’가 되고 그들의 ‘다음’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러한 세대간의 ‘이어짐’에 ‘환경정의시민연대’와 ‘우리와다음’이 강한 고리 역할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2001년 2월 초에 쓴, 환경정의시민연대 소식지 '우리와다음' 발간 1주년 축하글. 이 글을 쓰고 며칠 후에 첫 아이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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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주차장이 없다고요?

-교통유발부담금 실효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

고인(故人)이 된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이집트 출신의 재벌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는 유럽에 수많은 백화점과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 중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백화점이라고 하는 해러즈 백화점에는 주차장이 없다고 한다. 유럽의 대부분 백화점들은 이처럼 주차장이 없거나 소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 백화점 업계에서 백화점내 주차장도 부족해 별도의 건물을 지워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우리나라 백화점이 더 좋아서 일까. 우리나라 도시가 더 넓어서 일까.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이 더 높아서 일까.

아니다. 그들은 백화점에 주차장을 없애거나 최대한으로 축소함으로써 자가용 이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가용 이용을 억제함으로써 에너지 절약과 대기환경 개선, 도시에서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고객이 들고 갈 수 있는 상품은 직접 운반하고, 부피가 큰 것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19일,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교통유발부담금 실효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있었던 백화점 직원의 발언은 인상적이다.

“우리 회사의 방침은 고객을 위해 최대한 주차장을 많이 확보하는 것입니다. 주차장이 넓어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이는 회사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즉 회사의 매출을 위해서 주차장을 넓히고 자가용 이용 고객을 많이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에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백화점, 예식장 주변의 정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세일 기간에는 도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된다. 이로 인한 에너지 낭비, 시간낭비, 대기오염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하면, 다량의 교통유발 시설물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교통혼잡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불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혼잡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비하면 책임 회피수준이며, 본래의 목적인 교통량을 감축하는 효과도 거의 없다.

녹색교통운동이 6대 광역시 주요 시설물 교통수요관리 담당자 95명과 교통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70% 이상이 현재의 교통유발부담금제도가 교통량을 감축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6대 광역시 1800개의 시설물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도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 건수가 4건에 불과해 교통유발부담금 본래의 취지가 얼마나 퇴색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약 6개월간의 실태조사와 3주간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녹색교통운동이 교통유발부담금 제도가 교통량 감축이라는 본래 취지를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1.교통유발부담금 상향조정과 감면혜택 확대. 2.지자체의 적극적 정책 추진(교통수요관리자 배치와 교육의 의무화) 3.교통량감축 이행계획서, 실태보고서 제출, 이행의 의무화. 4.교통유발부담금 감면조례 제정. 5.대국민 홍보강화. 6.특별관리 지구 선정 및 관리 강화.

이러한 타율적인 방안의 실시 이전에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꼭 자가용을 타야만 하는가?’

* 월간 <녹색교통> 2000년 10월자에 실은 글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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