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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존망은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 달려있다.

(중앙일보/ 2004. 1. 16 / "시민칼럼" 기고문)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 떠들썩함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출발하였으나, 점차 중국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하고 주도면밀한지가 밝혀지면서 점차 이성적인 대응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의 주요 관심은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최종 심사하게 되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쏠리고 있다. 올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개최되는 총회의 심사 여부는 고구려 역사가 어느 나라에 귀속되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 중국의 고구려 유물 등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라고 주장하면서도 우리의 유물이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보존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우리는 북한의 등재신청이 통과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면 될 뿐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고구려 역사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와 이에 근거한 국제적인 홍보이다. 고구려 유물의 등재 여부를 떠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학술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를 찾고, 이를 세계 각 국에 홍보하는 포괄적인 준비가 시급하다.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는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일 뿐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은 역사적 침략이며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역사 전쟁의 대장정에 나서기 위해 우리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역사전쟁은 단순한 고구려 역사에 국한되는 작은 전쟁이 아니라, 고대사와 민족의 정체성을 포함하는 대규모 전쟁인 것이다.

이러한 큰 전쟁 앞에 서 있는 우리의 준비는 어떠한가. 현재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 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에서 각기 흩어져서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의 느슨한 네트워크 체제로는 역사적 침략을 방어해 낼 수 없다. 정부는 청와대 또는 총리실 산하에 특별 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의 공관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외교통상부, 중국의 연구자료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도출해야 할 교육인적자원부, 이들이 생산해 낸 결과물을 세계 각국에 널리 홍보해야할 국정홍보처, 역사적 유물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관광부 등 각 부처의 담당자들이 이 문제를 전담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계에서도 기존의 논리만 반복하지 말고 하루 빨리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연구성과물을 수집․분석하여 모순점을 찾아 학술적으로 반박을 해야 하며, 정확한 사료에 근거하여 우리의 역사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얼마전 정신문화연구원 산하 ‘동북아 고대사연구소’ 설립 놓고 벌였던 밥그릇 싸움과 같은 집단 이기주의에서도 벗어나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도 단체별로 흩어져서 활동할 것이 아니라, 인식의 차이가 조금 있더라도 대승적 견지에서 보다 큰 틀을 만들어 공동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가지고 국민에게 홍보해야 할 것이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존망은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 달려있다. 우리가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할 때 과거의 역사는 우리의 미래로 투영될 것이다.

Posted by 별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