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뿌리 잘라내고 철재와 콘크리트로 덮고선 생태가치를 높인다는 서울시

5월 중순부터 대학로 흥사단 앞에 보행자 도로를 파헤치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일상적으로 하는 도로공사려니 했다. 그런데 20∼30년된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화단까지 파헤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무슨 공사인지 궁금해서 공사 안내 표지판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공사를 하는 경우, 공사명, 시공회사, 책임자, 공사기간, 감독 기관 등이 표시된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는데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을 통해 무슨 공사인지 알게 되었다.



           흙과 화단을 파헤쳐서 나무의 뿌리가 심하게 잘렸다. 나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서울시에서 하는 인공 실개천 건설 사업이란다. 대학로를 비롯해 뚝섬역, 국민대 주변 등 5개 지역에 인공실개천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런데 실제 하천은 복개 구조물 아래에 하수로 쓰고, 복개 구조물 위에 인공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흥사단 앞에는 북악산에서 성균관을 지나 대학로로 흘렀던 ‘흥덕동천’이 있었다. 이 실제 하천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콘크리트로 길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하천 위에 콘크리트를 바르고 인공 개천을 만들면서 생태가치를 높이는 사업이라고 하니 정말로 어이가 없다. 최근에는 자연을 파괴하고 자본을 투자하여 인공적인 시설을 만드는 것을 ‘녹색’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대대적인 홍보까지 한다.

흥사단 앞길에는 20∼30년은 족히 넘는 은행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공사 현장을 보니 화단을 파헤치면서 나무 뿌리를 마구 잘라내었다. 심하게 흙을 파내고 뿌리를 잘라 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무들이 쓰러질까, 심한 상처를 받고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애초에 공사를 계획할 때 나무를 보호하는 고려는 없었던 것 같다. 잘 자라고 있는 나무의 뿌리를 베어내고, 흙을 파헤치고 철재와 콘크리트로 덮는 것이 과연 생태적 가치를 높이는 일일까? “실개천을 통해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가 도심까지 전달될 것”이라고 말하는 서울시 관계자에게 무엇이 생태적인지, 무엇이 문화적인 가치인지 따져 묻고 싶다.


         잘린 나무 뿌리와 포크레인의 부조화. 이것이 생태적 가치를 높이는 사업인가?

가뜩이나 보행자 수에 비해 보행로가 좁아 통행이 불편한 곳에 너비 0.7~2m의 실개천을 만든다니, 보행자들이 느낄 불편은 뻔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공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사업을 하고나서 반응이 좋으면 인공 실개천 사업을 더욱 확대한단다. 제발 ‘녹색’의 이름을 팔아 생태를 파괴하는 잘못된 행정을 중단하기를 바란다.

Posted by 별뿌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신라 2009.06.07 1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녹색입니까?
    나무와풀을 뜯어내고 콘크리트를 까는것이 녹색인가요?
    그야말로 호박에 수박줄을 긋고 있는것 같네요. 안타깝습니다.

  2. 녹색이 뭔지 알아? 2009.06.07 1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멍박이 그러는데..... 녹색은 콘크리트로 쳐 바르는 거래...

    나무와 풀을 없애고... 미생물이 풍부한 뻘 바닥도 걷어내고 말이지

    거기에 콘크리트 쏟아 붓는게 녹색 성장이야... 멍박이가 그래.

    그래야 돈이 된다나?? 공사비의 10%는 쥐들이 먹는거래... 그래서

    기를 쓰고 대형공사를 하려고 발악을 하는 거야.

    4대강 정비 사업? 경인운하? 그거 다~ 돈 빼 먹으려고 하는 짓이야.

    15조의 10%는 얼마야? 1500억이야... 그래서 경인운하 얼마야?

    경부운하 하면 얼마나 들어? 60조 이상 들어가지... 10%는 6,000억이지

    공사 발주한 정부에서 떼먹고, 돈잔치를 벌이지... 그돈은 누구꺼야? 국민들 혈세

    사람들이 이런걸 알어? 안타깝게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요. 알려주세요.

    • 별뿌리 2009.06.07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4대강 예산이 계속 늘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해당 지자체는 더 많은 공사비를 요청하고 있고요. 잘못된 예산 낭비, 잘못된 대규묘 공사에 대해 책임을 지게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예를들어) 엄청난 세금을 잡아먹는 인청공항 철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3. 4 2009.06.07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운 현실이다. .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무엇일까?


주민의 지방행정 참여 확대? 주민복지 향상? 아니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화려하고 거대하게 새로 지어진 지자체 건물이다. 세금을 내는 주민으로서 높고 멋있게 지어진 건물을 보면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주민을 위해 써야할 돈이 자치단체 건물을 새롭게 짓거나 재건축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주민을 위한 복지향상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시 성북구청 청사가 얼마 전 완공되었다.
이전 건물과 비교하면 정말 으리으리하게 지어졌다. 필요이상으로 지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이미 지어졌으니, 좋은 건물에서 좋은 행정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공간이 주민들에게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일반 구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확보된다면 구청에 대한 불만이 약간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성북구청 옆을 지나는 보행자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
바로 주차장 옆에 선만 그어놓은 보행자도로이다.(구청을 새로 지으면서 주변 도로구조도 변경하였다.) 거창하게 높이 올라간 구청 건물 옆에 노란색 선으로 그어진 보행자 도로가 있다. 초라하기 그지없다. 매우 위험하다. 채 1m도 안 되는 공간에 아무런 안전 시설․장치도 없다. 주차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도 높고, 배출가스에 노출되는 정도도 심하다.   

         <선만 그어진 보행자 도로. 주변에 불법 주차한 차들도 보인다. 형식적인
           보행자 도로와 차도로 걷는 주민들이 위험해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동차 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보행자의 안전은 이리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일방도로로 해도 될 차도는 충분히 확보하고, 주차 공간까지 마련해 놓고선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행자들은 위험한 보행자 도로(라고 써진 도로)를 걷거나 차도로 걷고 있다. 소위 말하는 ‘적색교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길은 원래 사람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길은 자동차의 것이 되었다.
교통약자인 보행자들은 길거리에서 천대받고 있다.
높아진 건물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늘 속에 보행자의 권리는 사라졌다. 

하루빨리 성북구청이 보행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녹색 삶터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한다. 회색도시․적색교통 정책이 아닌, 녹색도시․녹색교통 정책으로의 전환을 바란다. 행정기관 중심적 정책이 아닌 진정 주민을 우대하는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Posted by 별뿌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세미예 2009.05.10 15: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들은 어디로 다니라고요. 보행권 보장해 주세요. 잘보고 갑니다.

    • 별뿌리 2009.05.11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자동차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공무원이 많은 것 같아요. 주민들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할 것 같아요.

  2. 구르다 2009.05.11 1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지내시죠...
    이제 즐겨 찾기 해 놓고 가끔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 별뿌리 2009.05.11 1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지내시는지요? 이 기사를 쓰고 나서 보니, 관련 글로 선배님의 글이 떠서 방문했었습니다. 선배님 블로그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