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서울시교육위원회는 국제중학교 지정 동의안에 대해 심의를 보류 결정했다. 아직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한학수 동의심사 소위원회 위원장은 “국제중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개교를 위한 준비사항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위는 올해 안에 동의안 재심의는 없다고 까지 밝혔다.
그러나 오늘 28일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동의안을 재심의해달라고 서울시교육위원회에 요청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장학금 지급 문제, 사교육비 경감대책, 국제중 입학전형, 원거리 통학문제 등을 보완했다며 재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위원회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개교를 위한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심의 보류가 된 것인데, 며칠 사이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여건을 조성했으며, 개교를 위한 준비를 했단 말인가. 누가 이에 동의하겠는가.
심의 보류를 단순히 계획과 문구를 바꾼다고 될 사안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10월 24일 성명을 통해 “서울시교육위원회 심의와 국민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기본 의무교육과정인 중학교 특성화에 대한 교육적 타당성이 없음과 재단전입금조차 내지 않는 두 재단이 일반 학교와 견줄 수 없는 교육예산 확보 계획이 전무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국제중 설립 추진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며칠 사이에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재심의를 요청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이며 국제중 추진을 우려하는 시민들을 무시하는 강압적 태도이다.
28일 오전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KYC 등 20여개 시민단체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국제중 설립 재심의 반대, 공정택교육감 퇴진’ 기자회견을 열고 "불과 몇 주만에 무슨 환경이 바뀌었고 무슨 조건이 갖추어졌는지 묻고 싶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국제중 설립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사교육업체 뿐이라며 교육위원들에게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정확한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8%나 증가했다. 국제중 설립 추진으로 사교육비 지출은 훨씬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등학생 대상 전문 사교육업체인 정상JLS와 CDI홀딩스의 평균 수강생 수가 전년동기대비 각각 60%, 49%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公約)은 공약(公約)이라는 것이 명백해 졌다.
교육은 경쟁을 유도해서 승자가 독식하는 정글이 아니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다. 사교육비 부담으로 자녀를 갖지 않거나, 이민을 가고 싶어 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데도 계속 역주행하는 것은 국가를 책임질 사람들의 자세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정례회의가 끝나는 오는 31일까지 특성화중학교 지정 동의안을 재보류하거나 표결을 통해 가부 결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국제중 설립 찬성 기류가 높아졌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위원들은 ‘사회적 합의와 준비 미흡’을 이유로 보류했던 그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각인해야 한다. 판단기준은 ‘권력’이 아니라 ‘올바른 교육’임을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