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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놀이방에 보낸 첫날
(2002년 7월 15일 오전 10시 20분)

 

태웅이는 지금쯤 놀이방에서 열심히 놀고 있겠지? 혹시 울고 있는 것을 아닐까?

때때로 짜증을 내며 울곤 하지만, 항상 밝게 웃고 재미있게 노는 태웅이는 놀이방에서도 잘 지내리라 생각한다.

작년 6월달 이후로 태웅이는 외할머니께서 보살펴 주셨어. 외할머니의 따스한 보살핌으로 태웅이는 무럭무럭,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어. 그렇게 보낸 지가 벌써 1년이 지났어. 한 10일전에 태웅이는 서울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오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거야. 인생을 살면서 기록할 만한 날이라 생각되어 아빠가 대신 몇자 적는다.

 

오늘 아빠는 아침 6시 30분경에 태웅이가 장난치는 소리에 깨어났어. 태웅이는 벌써 엄마랑 아침 밥을 먹고 나서, 놀이방을 가는 날이라는 것을 아는 듯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다. 아빠가 씻고 아침 밥을 먹는 동안 엄마는 태웅이를 목욕을 시켜주었어. 깨끗하고 깔끔한 태웅이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엄마는 출근시간이 늦도록 태웅이를 씻기고 예쁜 옷을 입히고 하느라 정신이 없으셨어. 엄마가 7시 30분경에 출근을 하자 태웅이는 엄마랑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인지 엄마를 따라 나가겠다고 자꾸만 신발을 가리키며 밖으로 나가자고 아빠에게 우는 소리로 부탁을 하는 듯 했어. 하지만 아빠는 태웅이가 놀이방 갈 준비를 빨리 해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고. 이때부터 태웅이는 계속 보채기 시작했어. 태웅이는 계속 아빠를 졸졸졸 쫓아다니며 억지로(?)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계속 보챘고. 한동안 이렇게 아빠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8시 15분이 되어서 집을 나서게 되었지. 태웅이가 먹을 우유, 빵, 치즈, 물, 우유병, 컵을 챙기고, 갈아입을 옷, 손수건을 쇼핑백에다 넣은 다음, 양말을 신겼지. 양말을 신긴 다음부터는 태웅이의 표정이 밝아지더라. 신발을 신고 나서는 태웅의 특유의 웃음소리-키득키득-를 내며 신나 하는 거야. 집 밖으로 나가서 몇 미터 걷더니 안아달라고 해서, 한 손에는 쇼핑백을 한 손에는 태웅이를 안고 걷기 시작했어. 이상하게 다른 사람이랑 다닐 때는 잘 걸어 다니면서 아빠랑 다닐 때는 왜 자꾸 안아달라고 하지는 모르겠어. 왜 그러는 것일까?

집에서 놀이방까지는 걸어서 2-3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놀이방이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가게에 가서 태웅이 귀저기를 사고 2층에 있는 놀이방으로 갔어. 문을 열고 놀이방으로 들어가니 태웅이보다 1살 정도 많은 아이가 달려나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태웅이를 쳐다보더라. 그 녀석이 태웅이게게 잘 해 주기를 속으로 부탁하면서 태웅이 신발을 벗기고 방으로 들어갔어. 그때 원장 선생님이 나오셔서 ‘야, 우리 태웅이 일찍 왔네’ 하시면서 태웅을 안아 주시더라. 처음에 태웅이는 아빠를 쳐다보면 아빠에게 오려는 듯 손을 내밀어 뭐라고 이야기를 했어. 선생님이 태웅이를 내려놓자 아빠에게 착 달아 붙더군. 선생님에게 태웅이가 심하게 울거나 보채면 연락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아빠는 태웅이 눈치를 보면서 바닥에 계속 앉아 있는 척을 했어. 선생님이 놀이기구가 있는 방으로 태웅이를 안고 가자 태웅이는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며 키득키득 기렸지. 이때 아빠는 놀이방으로 나와 집으로 왔어.

집에 와서 집안 정리하고 차 한잔 마시고, 태웅이가 잘 놀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엄마,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왔어. 태웅이 놀이방에 잘 갔느냐고. 엄마가 놀이방 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다시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태웅이가 잘 놀고 있다고 말해 주었어. 아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외할아버지께 이 소식을 전화를 알려 주었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태웅이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잘 되기를 바라고 있어.

이러한 좋은 환경 속에서 태웅이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는 바란다.

 

이 부분은 태웅이가 고등학교를 갈 정도 나이가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체발생은 개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말이 있어. 즉 사람의 경우, 인류가 처음 생겨나서 지금까지 진화해 오는 과정(개통발생)을 한 인간이 태어나서 그대로 재현(개체발생)한다는 것이지. 인류가 처음 생겨났을 때의 모습은 한 인간이 태어났을 때의 모습과 같고, 인류가 기어 다니다가 걸어 다니기 시작하고(호모 에렉투스), 도구를 사용하면서 생각을 발전 시켜나가는(호모 사피엔스) 과정은 한 인간이 태어나서 어른이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이야. 인류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변화(일반적으로 발전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를 겪어 왔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역사의 발전, 승리인 듯 이야기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어디론가 향해 경쟁을 하며 달려가게 되었지. 인간성을 상실함과 동시에 각종 차별, 소외가 생겨나고 특히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지구 환경은 물론, 인간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어. 그래도 사람들은 지금까지 변화해온 속도보다 더 빨리 변화하기 위해 어디론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어. 갓 태어난 아기는 한 가정에서 오랫동안 인류가 원시생활을 해오던 것처럼 가정(1차 집단)이라는 이해관계가 없는 울타리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하는데, 현대인들은 빨리 빨리 달려가기 위해 어린 아이를 사회기관(놀이방, 유아원, 유치원)으로 보내지. 물론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며 사회(2차집단)에 적응을 하게 되는 장점은 있겠지. 하지만 조건이 허락된다면 아빠는 오랜 기간의 원시생활처럼 태웅이도 사회체제에 편입되지 않고 태웅이 만의, 또는 우리 가족만의 테두리에서 서로의 사랑을 만들어가고, 개성을 형성해나가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하지만 아빠와 엄마도 사회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이고,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 우리에게도 크게 예외인 것은 아니어서 태웅이도 놀이방에 가게 된 거야.

 

야∼ 태웅이가 놀이방에 가는 것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글을 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집에서 아빠랑 엄마랑 있는 것보다 놀이방에 가서 비슷한 또래들이랑 노는 것을 태웅이가 더 좋아 할 수도, 태웅이 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 태어났으니까 항상 재미있게 생각하고 살아가자꾸나. 아빠랑 엄마는 집에서 태웅이랑 보내는 시간에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께.

오늘 첫날이라서 아빠가 2시 정도에 데리러 갈 거야.(적응이 되면 오후 7시 30분까지 놀이방에서 놀아도 돼) 그때까지 너의 첫 사회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으려무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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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오후 1시 30분) 놀이방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를 하셨다. 태웅이가 형아들(놀이방에서 태웅이가 가장 어리다)을 쫓아다니며 신나고 놀았으며, 밥도 잘먹고 우유도 잘먹고, 지금은 막 잠이 들었다고 한다.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지금은 무슨 꿈을 꾸며 자고 있을까. 정말 다행이다. 우리 태웅이는 너무너무 좋은 아이야. 엄마도 할머니도 이 소식을 듣고 태웅이가 너무 대견하다며 좋아하셨어. 태웅이는 우리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야. 너무 고맙다. 태웅이가 잠에서 깨면 선생님이 연락을 준다고 했어. 조금 있다가 만나자꾸나.

Posted by 별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