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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학적 역사관’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건국절을 추진해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는 원인과 결과의 과정을 무시한 편의주의적 역사관이며, 자신들의 불리한 근거를 감추려고 하는 비굴한 역사관이다.

 

정부수립은 역사적으로 소중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정부수립에 방해가 되었던 친일파와 그의 후손들이 오히려 새로운 사회의 지도부로 자리 잡음으로써 우리의 역사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독립유공자와 그의 후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독립 운동가들은 항일과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기에 가족을 돌볼 틈이 없었다. 이로인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고 재산까지 다 처분하면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애국지사들의 후손들은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직업도 없이 가난과 궁핍으로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 수립 후 극심하게 발생한 좌우대립으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과 그의 후손은 오히려 숨죽여 지내야 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생기게 된 것이 정부 수립 후 20여년이 지난 후라는 사실도, 그들이 왜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2008년 8월 현재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유공자는 223명, 유족은 6283명이다. 이 가운데 직업이 없는 사람이 무려 60%를 넘고, 고정 수입이 있는 봉급생활자는 10%를 조금 웃돈다. 유족 가운데는 직업이 일정치 않아 수시로 바뀌고, 그나마 봉급생활자 중에도 특히 경비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유족 가운데 중병을 앓는 사람이 두 집에 한 집꼴이었고, 중졸 이하 학력이 55%를 넘었다.(시사인, 제48호에서 인용)
 

물론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에 대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후손의 상당수가 국가의 지원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보훈처에 의한 연금 등의 각종 혜택은 유족 1인으로 한정되어 있고, 선순위 유족(1순위 : 배우자, 2순위 : 자녀, 3순위 : 손자녀)이 사망할 때까지 2남, 3남 등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가보훈처 유족등록증 미발행 유족의 경우에는 정부가 기초자료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은 ‘대물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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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의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흥사단>에서는 2005년 7월부터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들이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올해에 들어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일명 ‘삼천사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천원을 1계좌로 하여 3,000계좌를 모아 독립유공자 후손 돕기를 하지는 취지다. 하지만 시민들의 호응이 적어 아직 1,000계좌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역사의 아픔을 고스라니 떠맡은 후손들에게 정당한 지원을 하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해 주는 것은 역사의 건강성을 찾는 일이다. 또한 진정성 있는 미래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흥사단 홈페이지 www.yka.or.kr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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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 인터넷 리더십 프로그램 - 충격을 받고 블로그를 시작하다


지난 9월 3일부터 5일까지 제주도 Daum GMC(글로벌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08 시민운동가 인터넷 리더십 프로그램-촛불로 밝혀진 인터넷의 힘’에 참가했다. 다음세대재단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공동주최한 이번 프로그램은 시민사회단체 실무 책임자급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처음으로 Daum 글로벌미디어센터에서 우리를 맞이해 준 것은 노트북을 들고 있는 돌하르방과 ‘세상을 즐겁게 변화시키는 Daum'이라는 글귀였다. 쾌적한 환경과 좋은 시설 및 지원이 세상을 즐겁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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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평가서에서 일정이 너무 빡빡했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했지만, 집중적으로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 함께 공유했다. 처음 강좌인 ‘웹2.0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시간에는 마치 처음배우는 외국어를 접하는 듯 너무 생소했다. ‘너, 지금까지 뭐했니?’하고 누군가 호통을 치며 뒤통수를 때리는 듯 했다. 여러 강좌와 세미나, 토론을 하면서 너무나 뒤떨어져있다는 자각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금 관심을 가지면 사이버 공간의 흐름을 따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따라가기는커녕 멀리서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가 된 것 같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전 대표이사는 시민단체가 사이버 공간에서 공공미디어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많은 단체에서는 그런 고민과 초기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역시 내가 속한 단체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 이재웅씨가 너무 편안한 옷차림에 주변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처음에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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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블로깅하기- 블로그 활용전략 세우기’라는 강좌를 통해서 블로그와 web2.0 세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포기하기 있었던 블로그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블로거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어제 오후에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어설프게 블로그를 만들고 글들을 올렸다. 과거에 썼던 글들을 많이 올리고 싶었으나, (방법을 몰라서인지 모르겠지만) 새로 올리는 글이 맨 위에 배치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을 달리했다. 특히 성명서나 논평같은 글들을 좀 생뚱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맛보기로 과거의 글을 몇 개만 올렸다.

추석이라 가족들과 윷놀이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자주 짬을 내어 내 블로그에 올린 글에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지 살펴보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아이들과 ‘서울숲’에 가서 하루 종일 뛰어 놀고 저녁 무렵에 집에 들어왔다. 지금 엄청 피곤한 몸을 부추기며 블로그를 시작을 알리는 신고식을 하고자 글을 쓰고 있다. 그저 소박한 마음으로 꾸준히 생각을 올리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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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환영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역사적인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선언을 발표했다. 10월 2일 베이징에서 발표한 6자회담 합의와 함께 10.4 선언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의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 55년간 지속된 냉전과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남북이 협력하여 추진하기로 협의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은 온 국민이 바라는 염원이며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이다. 이번 선언에서 남과 북이 한반도에서의 어떠한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한 것은 군사적 신뢰 형성을 위한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이다.

특히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하고, 종전을 위한 공동의 협력추진 방안까지 명시한 것은 한반도 평화의 구체적 진전이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변 국가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고 6자회담의 진전 내용을 양 정상이 직접 확인하면서 추진했다는 점에서 더욱 안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선언은 협력, 평화, 번영이 함께 선순환 구조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긴장과 갈등의 서해지역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설치하고 공동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긴장과 갈등을 평화와 번영으로 대체한 훌륭한 대안이었다. 또한 군사적 긴장완화를 토대로 사회기반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남북이 일방적 시혜관계가 아니라 공동번영하기 위한 상생관계라는 청사진을 보여준 것이다.

인도적 협력사업을 한 차원 끌어올린 것도 성과이다. 하지만 대통령도 밝혔듯이 전시․전후 행방불명자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합의에서 이루지 못한 부분은 차후 총리급 회담을 통해서라도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

 

우리는 협력을 통한 평화, 평화를 토대로 한 공동번영이라는 틀을 제시한 이번 선언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하며, 북핵문제가 남북 당국의 공동노력으로 6자회담 틀 내에서 해결되기를 바라며, 또한 선언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하여 구성원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민족사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어가기를 기대한다.(2007.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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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냉전시대로 돌이키는

‘전략적 유연성’합의,‘PSI' 참여의사를 즉각 철회하라

- 정부는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정책에 당당히“NO"라고 해야
- 국민의 여론, 알권리를 무시한 정부는 사과해야

 

지난 1월 20일 정부가 한미 외무장관 전략대화에서 미국이 요구한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기로 한데 이어, 1월 24일에는 이미 작년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부분 참여 결정했다는 내용이 밝혀졌다. 이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조치로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크게 우려된다.

 

세계의 분쟁지역에 주한미군을 파견하겠다는 취지의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계획(GPR)의 일환으로 미국의 일방적 군사패권 정책에 우리 정부가 편승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있는 군대가 타 지역에 투입된다는 것은 한반도가 어떤 형식으로든 국제 분쟁에 개입한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 영토와 국민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동맹의 범위를 한반도 방어로 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파기하는 것이어서 정부의 신중하지 못한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 논의와 대한민국 국회의 비준이라는 절차를 무시하고 조약 파기를 자행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전략적 유연성’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이 중국을 견제하고 유사시 북한에 대한 예방적․선제공격을 준비하는 것인 이상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깨뜨리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동북아 평화번영 정책, 동북아 균형자론 등을 핵심 외교전략으로 표방해 왔으며, 대북 포용정책을 주요 기조를 삼아왔다. 하지만 북한을 압박하고 위협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한다는 것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과는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균형자’가 아닌 ‘균형 파괴자’가 되는 것이며 북한과의 관계를 냉전시대로 회귀시키는 잘못된 조치이다. 도대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은 있는지,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지, 이러한 정책을 결정하고서도 6자회담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적 유연성 관련하여, 주한 미군의 이동은 한국 정부의 동의를 전제로 수용했으며, PSI 부분참여는 ‘국제적 관심사에 성의를 표한 수준’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한미군 전출입에 있어서 사전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전례에 비추어볼 때, 한국이 반대하면 주한 미군의 이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순박한 판단이다. 현재 사전협의에 대한 구체적인 명문 규정이 없다는 것은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또한 PSI 참여 결정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동북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볼 때 정부는 ‘성의 표시’가 불러올 영향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점을 지적 한다.

전략적 유연성이나 PSI 참여 결정에 있어서 국민의 여론 수렴이 배제한 것도 중대한 문제이다. 특히나 PSI 참여 문제는 지난해에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여당의 국회의원에 의해 알려지자 해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존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사안에 국민을 배제하는 ‘참여 정부’에 과연 우리 국민이 ‘참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여론을 배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일련의 조치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갈등과 분쟁의 기제가 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PSI' 참여 의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200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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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회담 당사국의 공동성명 합의를 환영한다

- 합의 내용 실천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한다-

 

9월 19일, 2단계 제4차 6자회담에서 당사국들이 공동성명에 합의를 하였다. 이는 2002년 10월 제2단계 북미 핵공방 이후 35개월 만에 성사된 역사적 합의로, 난관을 겪고 있던 북핵문제, 동북아 평화체제 형성 해결 실마리 제공했다는데서 크게 환영한다.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이 북한을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것은 그동안 평화냐 전쟁이냐는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던 단계를 넘어 평화 단계로 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핵문제 차원을 넘어 ‘동북아 평화 공동노력 및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까지 논의한 것은 동북아 다자간 평화체제를 보장했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에너지 제공,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조치 등 구체적인 행동 원칙을 제시한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프로세스를 실천해 나가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6자 회담 당사국들의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문제해결의 의지를 강력히 가지고 주도적인 중재 노력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난 6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200만㎾의 전력 대북송전을 골자로 하는 '중대제안'을 제시해 대화의 모멘텀을 살린 것과 회담 막판 '경수로'라는 문구를 놓고 북미간 대립이 격화되었을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미국을 설득한 점 등은 공동성명 합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는 향후 6자회담은 물론 동북아 펑화 정착을 위한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위상이 높아졌음은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경수로 제공 문제, 핵 프로그램의 범위, 핵 포기 이행절차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가 없어 향후 논란,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북한과 미국은 이번 합의를 실천을 위해 열린 자세로 접근하고, 해결의지를 분명히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또한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주도적으로 북미간 중재 역할을 하며 다른 참가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6자 회담 당사국들은 동북아의 평화를 바라는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동성명의 실천에 적극 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0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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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존망은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 달려있다.

(중앙일보/ 2004. 1. 16 / "시민칼럼" 기고문)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 떠들썩함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출발하였으나, 점차 중국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하고 주도면밀한지가 밝혀지면서 점차 이성적인 대응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의 주요 관심은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최종 심사하게 되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쏠리고 있다. 올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개최되는 총회의 심사 여부는 고구려 역사가 어느 나라에 귀속되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 중국의 고구려 유물 등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라고 주장하면서도 우리의 유물이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보존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우리는 북한의 등재신청이 통과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면 될 뿐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고구려 역사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와 이에 근거한 국제적인 홍보이다. 고구려 유물의 등재 여부를 떠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학술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를 찾고, 이를 세계 각 국에 홍보하는 포괄적인 준비가 시급하다.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는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일 뿐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은 역사적 침략이며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역사 전쟁의 대장정에 나서기 위해 우리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역사전쟁은 단순한 고구려 역사에 국한되는 작은 전쟁이 아니라, 고대사와 민족의 정체성을 포함하는 대규모 전쟁인 것이다.

이러한 큰 전쟁 앞에 서 있는 우리의 준비는 어떠한가. 현재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 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에서 각기 흩어져서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의 느슨한 네트워크 체제로는 역사적 침략을 방어해 낼 수 없다. 정부는 청와대 또는 총리실 산하에 특별 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의 공관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외교통상부, 중국의 연구자료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도출해야 할 교육인적자원부, 이들이 생산해 낸 결과물을 세계 각국에 널리 홍보해야할 국정홍보처, 역사적 유물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관광부 등 각 부처의 담당자들이 이 문제를 전담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계에서도 기존의 논리만 반복하지 말고 하루 빨리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연구성과물을 수집․분석하여 모순점을 찾아 학술적으로 반박을 해야 하며, 정확한 사료에 근거하여 우리의 역사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얼마전 정신문화연구원 산하 ‘동북아 고대사연구소’ 설립 놓고 벌였던 밥그릇 싸움과 같은 집단 이기주의에서도 벗어나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도 단체별로 흩어져서 활동할 것이 아니라, 인식의 차이가 조금 있더라도 대승적 견지에서 보다 큰 틀을 만들어 공동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가지고 국민에게 홍보해야 할 것이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존망은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 달려있다. 우리가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할 때 과거의 역사는 우리의 미래로 투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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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주차장이 없다고요?

-교통유발부담금 실효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

고인(故人)이 된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이집트 출신의 재벌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는 유럽에 수많은 백화점과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 중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백화점이라고 하는 해러즈 백화점에는 주차장이 없다고 한다. 유럽의 대부분 백화점들은 이처럼 주차장이 없거나 소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 백화점 업계에서 백화점내 주차장도 부족해 별도의 건물을 지워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우리나라 백화점이 더 좋아서 일까. 우리나라 도시가 더 넓어서 일까.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이 더 높아서 일까.

아니다. 그들은 백화점에 주차장을 없애거나 최대한으로 축소함으로써 자가용 이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가용 이용을 억제함으로써 에너지 절약과 대기환경 개선, 도시에서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고객이 들고 갈 수 있는 상품은 직접 운반하고, 부피가 큰 것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19일,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교통유발부담금 실효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있었던 백화점 직원의 발언은 인상적이다.

“우리 회사의 방침은 고객을 위해 최대한 주차장을 많이 확보하는 것입니다. 주차장이 넓어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이는 회사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즉 회사의 매출을 위해서 주차장을 넓히고 자가용 이용 고객을 많이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에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백화점, 예식장 주변의 정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세일 기간에는 도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된다. 이로 인한 에너지 낭비, 시간낭비, 대기오염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하면, 다량의 교통유발 시설물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교통혼잡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불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혼잡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비하면 책임 회피수준이며, 본래의 목적인 교통량을 감축하는 효과도 거의 없다.

녹색교통운동이 6대 광역시 주요 시설물 교통수요관리 담당자 95명과 교통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70% 이상이 현재의 교통유발부담금제도가 교통량을 감축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6대 광역시 1800개의 시설물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도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 건수가 4건에 불과해 교통유발부담금 본래의 취지가 얼마나 퇴색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약 6개월간의 실태조사와 3주간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녹색교통운동이 교통유발부담금 제도가 교통량 감축이라는 본래 취지를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1.교통유발부담금 상향조정과 감면혜택 확대. 2.지자체의 적극적 정책 추진(교통수요관리자 배치와 교육의 의무화) 3.교통량감축 이행계획서, 실태보고서 제출, 이행의 의무화. 4.교통유발부담금 감면조례 제정. 5.대국민 홍보강화. 6.특별관리 지구 선정 및 관리 강화.

이러한 타율적인 방안의 실시 이전에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꼭 자가용을 타야만 하는가?’

* 월간 <녹색교통> 2000년 10월자에 실은 글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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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의 유감(有感)

2001.2.15 

32년만에 찾아온 대설(大雪)이라고 한다. 온 세상이 그야 말로 눈바다가 되어 버렸다.

행정자치부 프로젝트 보고 때문에 통일교육원에 가야 했다. 약 20분 동안 기다리다가 탄 마을버스가 중간에서 더 이상 못 올라가겠다며 승객 모두 하차하란다. 차가 못 올라간다는데 뭐라고 항의할 수도 없고. 그때부터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무슨 대회에 출전한 것처럼 무척 열심히 걸었다. 발표시간에 임박해서는 뛰기까지 했다. 심장의 박동소리가 귓가에서 쿵쾅거리고 다리는 지푸라기처럼 힘을 잃었다. 힘들게 발표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도 여간 힘든 코스가 아니었다. 차라리 ‘아이젠’을 사서 끼고 올 것을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차례 미끄러질 뻔하다가 안 넘어지는 묘기를 부릴 때마다 식은땀이 흘렀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엄마가 차려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파트 관리소장이 “…긴급한 상황이… 1800세대 주민들은 모두 나와서…” 잡음에 섞여 나오는 관리소장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긴박한 상황이니 모두 나와서 눈을 치우라는 것 같았다. 밥을 빨리 먹고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갔다. 몇 사람이 눈을 치우는 것 같아 그리고 가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 차에 쌓인 눈만을 치우고 있었다. 어디에서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단지 입구에서 열심히 눈을 치우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낯설지만 다가가서 뭐 도울 일이 없냐고 묻자 삽 하나를 주면서 차 다니는 길에 쌓인 눈을 길가로 치워달라고 한다.

평소에 자동차에 좋은 감정을 갖지 않던 나로서는 자동차들이 못 다니게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으나 사고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사명감에 열심히 삽질을 했다. 수 십대의 차가 지나가고 헛바퀴 도는 차를 뒤에서 밀어주기도 했건만 아무도 나오질 않았다. 어떤 운전자는 지나가면서 “야, 운동되겠다”하며 지나간다. 힘도 들었지만 사람들, 특히 눈을 치움으로해서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운전자들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졌다.

세 사람이서 약 30미터 되는 거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나서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한마디씩을 던지고 집에 들어왔다. 왠지 모를 연대의식을 느끼면서.

지금은 온 몸이 쑤신다. 내일 제대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800세대 중에서 단지 세명만이 나와서 일을 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에게 ‘우리’가 존재하는가하는 자조적인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좋은 운동했다고 생각하라고 말하며 안마를 해주는 엄마의 손길이 그지없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래, 우리 속에 내가 있지 않은가.

곧 태어날 우리 아기!

약간은 손해를 볼 지라도 ‘우리’라는 것을 느끼며 ‘우리 모두’를 위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시대’에 ‘우리’가 사라졌다고들 하지만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를 만들어 간다는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진리를 함께 만들어 가자꾸나.

건강하고 착한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 날짜를 보니 첫아이가 태어나기 1주일전에 쓴 일기다. 아이에게 대화를 건 첫 일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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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
인스턴드 문화 속에 잃어버린 차의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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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시절에 학위논문을 제대로 쓰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던 때가 있었다. 더군다나 조교생활을 하면서 잡무에 시달려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때때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삶은 오직 빨리 논문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존재하였고, 다른 요소들은 모두 방해물이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던 절친한 친구가 조교실로 찾아와 다짜고짜 인사동에 가서 차 한잔하러 가자며 반강제로 이끌었다. 조교 업무도 끝나지 않았던 나는 한편으로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쳇바퀴 같은 삶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 들기도 했다.

인사동 전통 찻집에 들어가 친구가 우려내는 차를 마시며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딴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차와 물소리가 있는 그 곳에는 논문도 조교 업무도 없었다. 친구의 잔잔한 미소와 멀리 어디론가 헤매다 집에 돌아온 듯한 편안함이 나를 감싸고돌았다.

맑은 물에 투영된 나의 모습을 보듯이 그동안 나의 삶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차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되었다. 차에는 빛깔과 향, 맛뿐만 아니라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멋과 여유가 있다는 것을…. 그 뒤로 차는 내 인생의 중요한 동반자가 되었다.

중국에서 차가 크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춘추전국시대라고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계속되는 전쟁과 혼란 속에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인간의 본성과 세상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차를 크게 보급시켰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대인의 생활은 춘추전국시대 보다 더 급하게 정신없이 변해간다. 옛사람들이 차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았던 반면에, 현대인은 바쁜 삶을 위해 차를 변모 시켰다. 바로 인스턴트 차의 대량생산이다. 물론 나 자신도 커피보다는 인스턴트 차를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는 멋과 여유가 없다. 좀 시간이 들지만 다기를 준비하고 차를 우려내고, 빛과 향과 맛을 음미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시간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삶에 정성을 담게 된다. 간단하고 빨리 마시고 돌아서는 인스턴트 차 문화 속에 진정한 차의 존재는 왜곡되고 있는 것 같다.

일상 생활 속에서 제대로 차를 음미하면서 마실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의 삶은 어떠한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아는 분이 요청해서 2002년 1월, 차(茶)와 관련된 잡지에 기고한 글. 잡지 이름은 기억이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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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25일

조금 지났으니 이야기해도 되겠구나.

태웅이가 태어나던 날, 저녁 늦게 의사가 아빠를 불렀어. 그때 엄마는 수술에서 다 회복되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있었고 아빠는 간호하고 있었단다.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니 네가 너무 작아서 무슨 이상이 있나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입원수속을 밟으라고 하더라. 순간 무척 놀라고 걱정이 되었지. 마치 너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입원수속 하고 정밀검사 받는 수속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어.

수속을 하면서 내 자신이 많이 걱정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 소식을 엄마가 듣게 되면 얼마나 상심이 클까하는 또 다른 걱정이 머리 속에 들어오더라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엄마가 걱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마침 모든 아기들에게 정부에서 무료로 검사해주는 것이 있어 그 신청서를 들고 가서 엄마에게 말했지. 엄마는 직감적으로 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아빠의 말을 믿지 않았어. 하지만 아빠가 정말로 아무 이상이 없다고 계속 이야기하자 수긍을 했지.

2,3일이 지나고 엄마가 수술에서 회복되어 걸어다닐 수 있게 되자 태웅이를 면회할 수 있게 되었어. 그전에는 아빠만 태웅이를 만나 볼 수 있었거든. 그 때서야 엄마에게 그때 사정을 이야기하고 별 문제없으니 안심하라고 이야기했어. 물론 태웅이는 정밀조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서 아빠, 엄마 모두 기뻐하고 안심을 할 수 있었단다.

부디 아픈 곳이 없기를 엄마, 아빠는 간절히 기도했단다. 그 기도는 지금도 매일 매일 하고 있단다. 마치 바람 앞에 촛불이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태웅이를 돌보고 있단다.

오늘은 약간 감기 기운이 있구나. 잘 이겨내기를 기원한다. 물론 아빠, 엄마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최선을 다할게.

너의 건강은 곧 아빠, 엄마의 행복이란다.

(또한 아빠가 태웅이를 입원, 정밀진단 수속을 하고서도 엄마에게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 한 것은 아직 수술에서 회복되지 않은 엄마를 걱정해서란다. 아빠도 속으로는 많이 걱정이 되었지만 엄마가 더 많이 걱정하고 힘들어 할까봐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 것이란다. 이처럼 아빠의 위치란 한번 더 생각하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가족의 안녕을 더 생각하는 것인가 보다. 너도 커서 어른이 되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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