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무엇일까?


주민의 지방행정 참여 확대? 주민복지 향상? 아니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화려하고 거대하게 새로 지어진 지자체 건물이다. 세금을 내는 주민으로서 높고 멋있게 지어진 건물을 보면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주민을 위해 써야할 돈이 자치단체 건물을 새롭게 짓거나 재건축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주민을 위한 복지향상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시 성북구청 청사가 얼마 전 완공되었다.
이전 건물과 비교하면 정말 으리으리하게 지어졌다. 필요이상으로 지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이미 지어졌으니, 좋은 건물에서 좋은 행정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공간이 주민들에게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일반 구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확보된다면 구청에 대한 불만이 약간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성북구청 옆을 지나는 보행자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
바로 주차장 옆에 선만 그어놓은 보행자도로이다.(구청을 새로 지으면서 주변 도로구조도 변경하였다.) 거창하게 높이 올라간 구청 건물 옆에 노란색 선으로 그어진 보행자 도로가 있다. 초라하기 그지없다. 매우 위험하다. 채 1m도 안 되는 공간에 아무런 안전 시설․장치도 없다. 주차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도 높고, 배출가스에 노출되는 정도도 심하다.   

         <선만 그어진 보행자 도로. 주변에 불법 주차한 차들도 보인다. 형식적인
           보행자 도로와 차도로 걷는 주민들이 위험해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동차 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보행자의 안전은 이리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일방도로로 해도 될 차도는 충분히 확보하고, 주차 공간까지 마련해 놓고선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행자들은 위험한 보행자 도로(라고 써진 도로)를 걷거나 차도로 걷고 있다. 소위 말하는 ‘적색교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길은 원래 사람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길은 자동차의 것이 되었다.
교통약자인 보행자들은 길거리에서 천대받고 있다.
높아진 건물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늘 속에 보행자의 권리는 사라졌다. 

하루빨리 성북구청이 보행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녹색 삶터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한다. 회색도시․적색교통 정책이 아닌, 녹색도시․녹색교통 정책으로의 전환을 바란다. 행정기관 중심적 정책이 아닌 진정 주민을 우대하는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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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미래,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 창립

“많은 피해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피해자가 땅에 묻혀도 진실까지 묻을 수는 없습니다. 진실은 죽지 않습니다.” 4월 25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개최된 <진실과미래,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 창립식에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날 창립식에는 흥사단 등 50여개 단체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고 결의를 다졌다.


2010년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점하고 식민지로 만든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노예로 전락해 인권을 빼앗기고 비참한 삶을 살았다. 치욕스러운 사건이 있었고, 100년이 흘렀다. 어떻게 100년을 맞이해야 할까?

최근에 생겨난 이상한 기류처럼, 치욕의 역사는 부끄러운 과거이니 빨리 잊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영광스런 역사만 기억하고 과장하여 칭송하면 되는 것일까? 분명 아니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아무리 부끄러운 역사라도 타산지석으로 삼고,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가려진 진실을 밝히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풀고, 받은 상처를 치유해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폭압에 학살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재산을 빼앗긴 선조들의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수많은 억압적 사건의 진실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잠자고 있다. 징병․징용, 정신대, 일본군‘위안부’, 원폭피해자, 한국인BC급 전범, 시베리아 억류자, 재일동포와 사할린 동포 문제 등 아직 풀지 못한 과제들을 그냥 놔둔 채 국치 100년을 맞이하는 것은 후손으로서 역사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정부는 결코 정통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 

전쟁에 끌려가 억울하게 죽은 우리의 선조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천황의 ‘충신’이란 이름으로 A급 전범들과 합사되어 있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공식 사죄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원폭피해자들은 힘겹게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아직도 일본 정부와 싸우고 있다. 반면 과거의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극우 보수세력은 아직도 망언을 하고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빗나간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헌법을 폐지하고 군사 대국, 패권주의로 치달으며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최근 일본의 위험한 경향은 바로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진실과미래,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는 1.식민지 범죄에 대한 진실 규명과 사과․배보상․명예회복․재발방지라는 원칙 있는 과거사 청산을 실현하고, 2.남북해외 한민족의 공동참여를 통해 범민족적 식민지 과거청산을 실현하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며, 3.동아시아 시민과 국제적으로 연대하여 식민지 과거 청산을 통해 민족 억압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동아시아 미래를 여는 것을 ‘3대 사업 방향’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일본, 한국, 국제사회에 대한 공동실천 행동을 설정하였으며, ‘아시아 차세대 평화 리더들을 위한 강좌’ ‘청소년을 위한 동아시아 네트워크 가이드 북 제작’ ‘국치 100년, 100문 100답 출판’, ‘일제 식민지범죄와 책임에 관한 백서 발행’, 각종 ‘국내․국제 학술대회’ ‘미래를 여는 청소년․청년․학생 한일 네트워크 역사기행’ ‘동아시아 시민선언대회’ ‘국제순회 전시회’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창립식에 축사를 한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의 말씀처럼 우리는 ‘진실을 말하면 좌파로 몰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주요 정치 리더들은 역사 인식이 부재한 것을 반성할 줄 모른다. 정부와 일부 정치 세력은 국치 100년을 ‘원칙없는 화해’로 포장하며 몇 차례의 이벤트만으로 넘어가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양심과 역사 인식이 있는 시민들이 나서서 국치 100년이 아픈 과거를 치유하고 진실을 토대로 평화로운 동아시아 미래를 열어가는 원년이 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후손에게 치유되지 않은 역사를 물려주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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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한 시대, 학교 게양대에 걸려있는 한반도기


심하게 엉킨 실타래처럼,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속처럼
남북관계는 계속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갈등양상이 심해지면서
한때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던 한반도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월드컵축구 예선전 남북 경기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있는 응원단이 야유를 받았다는 소리도 들었다.  

몇년 전만 해도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수만명이 모여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남북 대표팀 친선경기를 환호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었는데 말이다.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기는 쉬운 법인가 보다.

이러한 시기에
우연히 지방에 출장에 갔다가
학교 게양대에 걸려 있는 한반도기를 보았다.
이처럼 엄혹한 시절에 태극기, 교기(校旗)와 함께
한반도기가 게양되어 있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신기했다. 

사진을 올리면
그 학교에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고민을 하다가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평화와 통일의 순풍이
다시 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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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 악화와 한반도 위기고조는 아직 정치적 리더십 형성이 덜 된 오바마 정권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가 4월 22일 세종호텔에서 개최한 ‘북한 인공위성 로켓 발사와 북미관계 전망’이라는 주제의 통일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정책에 있어서 실패할 여유가 없다

백학순 위원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오바마 정부의 정치적 리더십이 형성되기 전에 이루어 졌기 때문에 미국이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북포용 정책을 지향하면서도 UN 안보리 의장 성명을 적극 추진하는 상반된 태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정권이 공식 대북정책을 표명하지 않고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기간은 대북 정책 ‘부재’ 기간이자 대북 ‘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기간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자유활동(free hand)'을 할 수 있었고,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미사일 카드를 확보한 것이다. 백 위원은 북한 로켓 발사로 인해 오바마 정부가 대북 정책에 갈등이 있겠지만, 대화와 협상을 기조로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보수파, 비확산 레짐 전문가들에 대항하는 정치적 리더십 확립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는 대선 후보시절부터 ‘핵 없는 세상’과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확보하는 ‘대북 포용정책’을 확고하게 밝혔고, 대북정책 목표가 ‘비핵화’인 이상 대화와 협상 이외의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백 위원은 현 정국의 중요성과 부시 정부의 실패를 강조하며 “오바마 정부는 대북 정책에 있어서 실패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백학순 위원은 로켓발사로 인해 북미관계에 경색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바마 정부가 대북 정책을 확립하기 이전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대북 정책을 검토할 기회가 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또한 아직 살아있는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카드를 활용하여 새로운 북미 양자대화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6자회담 역할은 축소되고, 북미 양자간 대화에 무게 실릴 것

한편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것은 핵무기 ‘운반수단’ 구비하고 있음을 전세계에 알리고, 제2천리마 운동 시작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를 경축하며, 후계체제를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참고로 제2천리마 운동은 노동, 정치, 사상 등 다방면에서 총체적 동원(total moblization)을 하여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국가 건설(“강성대국”)을 하기 위한 정책이다.

백학순 위원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미사일 카드를 확보한 이상 이후 협상을 통해 ‘크게 주고 받기’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6자회담 당사국들이 로켓 발사에 대한 UN 안보리 의장 성명을 적극 추진했기 때문에 북한은 6자회담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북미 양자회담을 강력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은 북한 지원에 대한 비용분담의 틀을 제공하는데 수준으로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오바마 정부에 큰 부담

한편 백학순 위원은 오바마 정부가 대북포용 정책이라는 기조를 지향하고 있지만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악화와 한반도 위기 고조는 큰 부담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PSI 가입 추진 등에 대해 오바마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백 위원은 클린턴 장관, 보스워스 대표가 방한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그의 대북 정책을 높게 평가하며 존경을 표명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백학순 위원은 한반도 평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오바마 정부가 ‘협력’과 ‘대결’이라는 명확한 선택의 옵션을 제공하되, ‘협력’을 선택하도록 포용정책 기조를 취할 것과 대화와 협상에 대한 ‘진정성’ 보여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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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곡된 역사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일본 문부과학성을 규탄한다
-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교과서는 아시아 평화를 위협할 것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4월 9일 새역모(‘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가 지유샤(自由社)를 통해 검정신청한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검정을 통과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미화한 지유샤 교과서가 검정에 통과된 것은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의 야욕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아시아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호히 비판받아야 한다.

 1997년에 결성된 새역모는 후쇼샤(扶桑社) 출판사를 통해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보급하고자 하였으나, 한국과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들의 운동에 부딪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채택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내부 갈등으로 분열을 한 새역모가 또다시 ‘위험한 교과서’를 내놓은 것은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등 편향된 역사인식을 가진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과 무관치 않다.

 이번 새역모의 지유샤 교과서는 후쇼샤 교과서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유사하며 특정 부분에서는 더욱 심한 왜곡을 하였다.
 지유사 교과서에는 ‘정한론’, ‘한반도 팔뚝론’ 등을 내세워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 대한 침략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근대화 사업’과 ‘일체화’를 부각시키며 식민지 지배를 미화 또는 은폐한 반면, ‘일본군 위안부’등 자국이 저지른 반인륜적 야만행위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더 나아가 원폭과 관동대지진으로 일본인 피해도 있었으며, 전범재판에 문제가 있었다는 등 오히려 적반하장(賊反荷杖)격 역사 기술을 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호하게 하거나 왜곡시킴으로써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잘못된 역사를 정당화시키려는 위험한 발상의 소치이다.

 이번 지유샤 교과서가 천황을 크게 부각시킨 것은 이전 교과서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교과서에는 ‘소화천황의 말씀’을 칼럼으로 실으며 천황을 평화주의자로 미화시키고 전범국 책임자로서의 과오를 은폐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건국신화를 역사화 함으로써 신화중심의 미개한 역사관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일본 극우 보수세력이 지향하는 사회가 파쇼적 군국주의로의 회귀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가 된다.  

 올해는 3.1운동이 90주년이 되는 해이며, 내년은 일본이 강압적으로 조선의 국권을 강탈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야만적인 행위를 자행한 역사를 참회, 사죄하고 평화로운 국제사회를 이루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 시계’는 미래로 가지 않고 과거로 가고 있다.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은 왜 자국이 국제사회에서 아직도 ‘정상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지 자문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 인권과 평화를 파괴할 위험성이 있는 ‘문제국가’ ‘위험국가’로 인식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심각하게 왜곡된 지유샤 역사 교과서 검정 승인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검정 승인을 즉각 취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 하고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어떠한 역사적 기술(記述)도 철회하고, 고통과 상처를 받은 피해자와 피해 국가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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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에서 왜, 갑자기 도산 선생 자료를 요청하나 했더니…

 도산 안창호와 춘원 이광수는 모두 민족개조론이 이야기했다. 사용한 용어는 같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전혀 상반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강산개조 또는 국토개조는 도산 선생의 사상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으로 전혀 상반되는 내용이다.
(참고자료http://peopletopia.tistory.com/trackback/51)

  도산 선생은 총체적 구국 개혁사상의 방략으로 여러 가지 개조론을 말씀하셨다. 특히 오해되기 쉬운 민족개조론은 민족독립국가 수립이라는 명백한 목표 하에, 애국적이고 근대적인 한국인 양성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이는 독립운동가 양성을 지향한 방략이었다.
 반면에 춘원 이광수가 말한 민족개조론은 독립을 포기한 자치론자 입장에서 순수 인격수양을 말한 것이었다. 이는 독립운동을 포기하고 일제의 통치에 따르는 제국 신민 양성을 지향한 것이었다.
 또한 도산 선생은 각성과 분발을 통해 자기 향상을 촉구함으로써 민족의 독립과 번영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춘원은 불변적 요소와 가변적 요소로 나누어 민족을 해석함으로써 우리 민족을 자기비하와 패배주의에 빠지게 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토개조와 관련된 발언을 보면서 도산과 춘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오늘 여러 정부기관에서 도산 선생이 국토개조를 말한 책이 어떤 책이냐며 구입 신청을 했다. 어떤 부서에서는 국토개조를 말한 부분을 복사해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이 수첩에 적어 놓고 다닌다고 하니, 무슨 내용인가 알 필요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반가운 것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 왜일까?

 

아마 도산 선생의 국가개조론까지 왜곡할까 걱정이 앞서서 일 것이다. 이참에 잠깐 도산 선생이 말한 국가 개조의 취지를 살펴보자.
 도산 선생의 국가개조론은 봉건적 체제를 탈피하고 ‘모범적 공화국’을 세워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도산 선생은 여러 차례 ‘복된 나라’를 강조하셨다. 모범적 공화국이라 함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참여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며 통치자는 국민의 뜻에 따르는 체제를 말한다. 복된 나라는 요즘 말로하면 소외된 계층을 위한 안전망이 잘 갖추어진 국가를 말한다.
 이러한 도산의 깊은 뜻이 담긴 국가개조론을 기형적인 형태로 변형시키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그리고 왜 수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쳤는지 헤아리기 바란다.

도산 선생님께서는 독립운동과 함께 모범적인 공화국, 복된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하셨습니다. 이는 국민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모두가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 시기에 소수에게 권력을 위임 할뿐, 중요 정책결정과정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과신으로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복지정책은 뒷걸음 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복된 나라는 소수가 소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상촌 운동을 하시면서 이기주의는 집단생활, 사회생활을 방해한다고 하며 공동생활의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하셨습니다. 국민이 진정한 주권자로서 앞날을 스스로 결정하고, 소외된 계층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는 것이 모범적인 공화국, 복된 나라를 만드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3월 10일, 도산 순국 71주기를 맞이하여 필자가 쓴 추모사 중에서.http://peopletopia.tistory.com/trackback/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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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정신을 훼손한 신영철 대법관은 사죄하고 물러나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시위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한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발표가 있었다. 전자우편을 통한 재판진행 독촉, 보석 결정 압력,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 등 재판 내용과 진행에 관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신 대법관은 심지어 헌재 소장을 찾아가 위헌제청 사건 등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며, 대법원장의 명의를 빌어 자신의 견해를 판사들에게 전달하는 등 부당한 처사를 서슴지 않았다. 촛불과 관련해 무작위 배당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혐의도 밝혀졌다.

신 대법관은 헌법에 명시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양심대로 심판한다’는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 그는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사법 정의를 어겼으며, 이로 인해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신 대법관은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현직에서 바로 물러나야 한다.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통행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政爭)에 몰두하고 있는 국회로 인해 국민은 ‘대한민국호’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 이런 때에 사법부마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대한민국호’의 방향타는 어디로 향할지 걱정이다. 신 대법관이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자신의 거취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맡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신 대법관의 행위는 개인의 성향 문제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또한 이념적 선전장으로 악용할 사안도 아니다. 이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려고 한다면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것이며 국민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사법부가 정치권과 인사제도를 볼모로 한 상관의 재판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사법부는 자기반성적 성찰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국민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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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은 도산 안창호 선생 순국 71주기입니다. 선생의 순국일을 맞이하여 뜻을 되새기며 우리 시대의 모습을 반추하고자 추념사를 썼습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스승,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꿈에도 그리던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순국하신 지 71주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의 현상이 우려할 형편에 있는 이때에 제 일신의 편안이나 명성을 위하여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민족을 위해 마지막 생명을 다하신 선생님의 숭고한 정신에 깊이 머리를 숙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71년 전 오늘인, 1938년 3월 10일 서울대병원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60평생을 민족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뛰어난 혁명가이자, 청년학생들을 가르치신 교육자이며, 민족의 위기 앞에 매 시기마다 민족의 진로를 제시하신 탁월한 지도자이셨습니다. 또한 민족의 장래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하여 건전한 인격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신 탁월한 인격자이기도 하셨습니다.

이러한 도산 선생님이 주신 거룩한 가르침을 우리가 제대로 물려받았는지 자문해 봅니다. 민족의 최대 숙원인 분단은 더욱 고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탐욕의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승자독식의 경제체제는 양극화를 부추기고, 서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극심하게 분열되어가고 있으며 사회 지도층과 국민들의 소통 또한 부재합니다. 치열한 경쟁체제로 이끄는 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갈망하셨던 ‘복된 나라’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선생님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 민족 전도번영의 길을 찾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미미하고 무의미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에 대하여 위대한 발언권과 감화력을 가진 지도적인 나라를 만들자고 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 분단을 극복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일 것입니다. 민족의 통일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의 완성일 것입니다. 냉전시대의 최전선 지대에 섰던 우리 민족은 상호 반목과 갈등을 하던 시기를 지나 화해와 협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남북의 상황은 우리 민족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긴장과 충돌 직전의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민족의 하나 됨과 번영을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도자들은 정략적으로 민족의 문제를 다루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인 통일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 일이 도산 선생의 유지를 받드는 길임을 확신합니다.

도산 선생님께서는 독립운동과 함께 모범적인 공화국, 복된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하셨습니다. 이는 국민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모두가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 시기에 소수에게 권력을 위임 할뿐, 중요 정책결정과정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과신으로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복지정책은 뒷걸음 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복된 나라는 소수가 소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상촌 운동을 하시면서 이기주의는 집단생활, 사회생활을 방해한다고 하며 공동생활의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하셨습니다. 국민이 진정한 주권자로서 앞날을 스스로 결정하고, 소외된 계층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는 것이 모범적인 공화국, 복된 나라를 만드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극심하게 분열되어 있던 시기에 자아(自我) 보다는 대의(大義)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내게 한 옳음이 있으면 남에게도 한 옳음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남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 해서 그를 미워하는 편협한 일을 아니하면 세상에는 화평이 있을 것’이라고 하신 말씀은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금언(金言)입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하고, 그 속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대공주의’일 것입니다.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하고,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우리 사회를 더욱 분열시키고 공멸의 길로 이끌고 갈 것입니다. 상생을 위한 상호 존중과 열린 소통의 자세에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가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 밖에 도산 선생님은 거짓이 아닌 참된 생활만이 우리 민족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반부패 투명사회를 위해 더욱 힘쓰는 것이 선생님께서 바라던 존경받는 국가가 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인지하셨던 선각자이셨습니다. 우리 민족을 위한 인재 양성은 경쟁위주의 획일적 교육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며 인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교육임을 확신합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는 흥사단을 창립하면서 우리 후배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 주셨습니다. 오늘날 도산 선생의 유지를 받들고 시대정신에 부합한 활동을 하고자 노력하는 우리 흥사단은 위에서 언급한 우리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는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온 저력과 지혜로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망의 씨앗들이 도산 선생님의 가르침을 토양으로 해서 꽃피울 수 있도록 현장 속에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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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적 짝사랑이 어떤 파국을 불러올 지 걱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이하 흥민통)는 창립 12주년을 맞이하여 3월 7일, 흥사단 강당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초빙되어 ‘다보스에서 본 세계, 그리고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문정인 교수는 이번 다포스 포럼은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기조 연설에서 전세계적으로 2억7천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침울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퍼졌다고 한다.

 이는 고용가능 인구의 7%에 달하는 것으로 세계2차 대전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재작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침체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장기적인 불황이 예상되고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데서 기인한 것 같다.

  문 교수는 다보스 포럼의 기본 원칙인 관용과 합의 원칙도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대통령과 터기 수상과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대한 언쟁,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책임 떠넘기기 비판 등 갈등과 반목이 도처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어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영미 중심의 시장경제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었다고 한다. 경제, 금융, 정치권 할 것 없이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영미 중심의 시장경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시장 시스템이 무너졌으며,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미식 자본주의에 대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허구라는 인식이 퍼졌다. 특히 시장은 절대적이고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은 더 이상 무의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다수 참가자들이 공감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성장 중심 사고에서 나온 개념인 GDP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지수(Happiness Index)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큰 호응 얻었다고 한다. 이는 실제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지표로 경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복지․평등․배분이 강조되고, 소비자와 생산자의 가치가 동등하게 포함된 지료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다보스 포럼은 미국식 경제 시스템의 한계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불러왔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성과 대안 모색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유독 철지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따르는 우리 정부는 도대체 어떠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고 이의 확산을 위해 작동해 왔던 다포스 포럼에서도 한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는데 말이다. 신자유주의 전도사인 미국에서 조차도 주요 금융기관을 국유화하려고 하고, 서민을 위한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지 않는가? 대기업 중심의 수출확대를 위해 고환율 정책을 쓰고, 감세를 하고나서 엄청난 추경을 편성하고, 서민경제와 상관없는 엉뚱한 곳에 막대한 지출을 하는 식으로는 우리 경제는 살아나기 힘들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맹목적 짝사랑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 올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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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건 당신 닮았는데, 이런 것은 안 닮았는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아내가 던진 말이다.

내용인즉슨,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전혀 회장, 반장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출마해서 소견을 발표한다고 한다. 소수의 몇 명에게만 출마 기회가 주어졌던 우리 세대보다는 훨씬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별로 출마 의지가 없는 우리 아들도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넌 앞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래?” 엄마가 물으니,
아들은 “난 OO가 회장이 되었으면 좋겠고, OO가 반장이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답한다. 

“회장이나 반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니?”
“응, 나보다 훨씬 잘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아침밥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민주주의가 뭐고, 선거가 왜 중요하고, 주인의식이 어떻고… 아이가 이해 못할 줄 알면서도 변죽만 올렸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속상해 하며 말한다.
“친한 친구들은 다 회장, 부회장, 반장, 부반장이 되었는데, 우리 OO만 아무 것도 못 됐어요!” 

아들에게 오늘 선거가 어땠느냐고 물었다.

부회장인 된 친구가 ‘난 회장이 되고 싶을 뿐이고…’라고 개그맨 흉내 낸 것이 너무나 재밌었다고 답한다. 그리고 OO가 회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져서 아쉽다고 한다.

자기 이야기는 안 한다.

잠자리에서 살짝 물었다.

“앞으로도 회장이나 반장 할 생각 없니?”
“아니요. 조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왜?”
“그냥, 된 아이들 보니까 좋아보여서요.”

별 생각없이 선거에 참여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비교가 되면서 약간의 자극을 받은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을 해 본 아들이 조금 커간다는 느낌이 들면서, 경쟁 사회에 던져지고 자신을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는 세상을 맛본 것 같아 씁쓸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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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초등학교 5학년)

1982년 3월 10일 화요일 

※ 나의 명언 : 실망을 하지 말라. 실망하면 자기의 실력이 퇴보한다.
 

반장선거를 했다.
내가 29표, 그 다음이 15표다.
내가 반장이 되었고 박상희가 부반장이 되었다.

 

<반장선거>

반장 선거를 하네.
모두들 마음이 두근두근.
‘문성근’하면 와! 하고
OOO 하면 우! 하네. 

반장된 사람은 좋아하고
떨어진 사람은 실망하고. 

다른 애들한테 미안한 마음.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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