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으로 본 2010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 신년하례회


백낙청, 4대강 지키는 것이 국토방위

“올해 우리는 모두 국토방위에 나서야 합니다. 국토를 지키는 것이 국토방위이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우리 국토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는 것이 국토방위입니다. 모두 국토방위를 위해 힘씁니다.” 백낙청 교수는 1월 5일, 한국언론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2010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하례회’에서 이와 같이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것을 국토방위에 비유하여 말했다.


 백 교수는 2009년은 이명박 대통령 덕분에 국민이 많은 공부를 한 해였다는 말로 덕담을 시작했다. 올해는 국치 100년 등 역사적으로 의미가 많은 해이지만, 용산참사,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 서거를 비롯해 반성할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등 가까운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낙청 교수는 올해 지방선거를 단순한 선거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작년의 기억을 되새겨 모두가 힘 모아 나라를 바로세우는 계기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이어 먼 길을 온 전남연대회의 박두규 대표는 10년을 주기로 역사가 발전해 왔다면서 2010년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해로 만들자고 했다. 박 대표는 연암 박지원이 연하일기에서 언급한 ‘와력분양(瓦礫糞壤)’을 화두로 던졌다. ‘와력분양(瓦礫糞壤)’이란 청나라에 간 박지원이 깨진 기와나 자갈, 똥거름이 성곽이나 궁궐 등에 사용되어 장관을 이룬 것을 보며 일컬은 말이다. 박두규 대표는 깨진 기와, 자갈, 똥거름처럼 작은(별 볼일 없어 보이는) 소재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었듯이 올해 민초들이 새로운 세상, 멋진 볼거리를 만드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즉석에서 덕담을 제의받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작년에 정부와 정보기관으로 인해 힘들기도 했지만, 덕분에 ‘잘 놀았다’는 말로 덕담을 했다. 어떻게 잘 놀았는지 사례를 이야기 한 박 상임이사는 최근 트위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 새로운 사회 미디어를 장악해야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5년간 겨울이면 빙하기


시민사회 진영에 이어 정치권에서는 민노당 곽정숙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창조한국당 송영오 대표,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이 덕담을 이어갔다.

 곽정숙 의원은 국회의사당에서 각종 날치기 법안을 통과시키는 잔인한 망치소리로 가슴이 아팠다고 하면서, 올해는 평화의 망치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연대하자고 했다. 노회찬 대표는 1년이면 계절이 4번 바뀌기 마련인데, 2007년 12월 이후로 계속 겨울을 맞고 있다는 말로 현 정부를 비꼬았다. 노 대표는 그냥 있으면 5년간 겨울이 계속될 것이라고 하면서, 올해 봄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조한국당 송영오 대표,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은 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고 하면서, 연대를 강조했다.


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하례회 덕담에서 나온 주요 화두는 ‘지방선거’와 ‘연대’였다. ‘지방선거’는 눈 앞에 다가온 현실이지만, ‘연대’는 아직 미궁 속이다. 신년하례회에 참여한  정당 모두 ‘연대’를 강조했다. 그 강조점이 자기 정당에 유리한 조건 하에서의 ‘연대’라면 첫 걸음도 걷지 못하고 분열될 것이 뻔하다. ‘나’는 지더라도 ‘우리’는 승리하도록 하겠다는 조직적 합의와 신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진영은 실천 가능한 플랫폼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때로는 감시역할을 하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봄을 앞당기는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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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교육에 필요한 것은 반성과 사죄 

  일본 문부과학성이 12월 25일 고등학교 지리분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판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뒤이어 가와바타 문부과학상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독도가 자국의 영토로 인식시키는 것에 변함이 없다는 망언을 했다.
 
우리는 일본이 우리의 영유권에 대한 침탈 야욕을 드러낸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일본이 제국주의 망령을 버리지 않는 한 하토야마 총리의 동아시아 공동체 협력방안은 단순한 수사에 불과한 것이며, 한일 양국 간에 발전적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 

 12월 25일 ‘고등학교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발표한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리·역사 분야에 독도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학교에서의 학습에 입각, 우리나라(일본)가 정당히 주장하고 있는 입장에 근거해 적확하게 취급, 영토문제에 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중학교 학습에 입각’ 한다는 것은 지난 2008년 7월 공표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명시한 원칙을 고수한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 해설서 공표이후 갖은 기자회견에서 가와바타 문부과학상은 해설서에 독도를 명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인식하는 것에는 아무런 변경은 없다”고 못 박았다.

 2008년 7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공표와 2009년 4월 9일 침략전쟁을 미화한 지유샤(自由社)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검정 통과한 것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던 우리 흥사단은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 탄생한 하토야마 정권에 많은 기대를 해왔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동아시아 공동체 협력방안을 주장해 왔고, 역사문제를 직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이 제국주의 식민지배 망령에서 벗어나 과거사를 올바르게 청산하고, 미래 지향적인 평화공존 체제를 만들어 가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와 망언을 접하며 큰 실망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 발표는 겉으로는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폭력을 가하는 비열한 조치이다. 하토야마 정부는 자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일본의 야만적 식민 지배를 옹호하고, 침략 전쟁을 미화하며 한국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는 범죄 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0년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병합 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과거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대오각성하고 아시아 각국에 침략 행위에 대해 진정성 있는 공식 사죄를 해야 할 일본 정부가 이와 같이 침략적 도발행위를 지속한다면 세계의 어떤 나라도 일본을 ‘정상 국가(normal state)'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 역시 세계인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동아시아 평화와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바라는 우리 흥사단은 일본 정부가 즉각 중·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고, 대신 자신들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해 넣을 것을 촉구한다.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 진정 올바르고 용기있는 행위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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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동우회 사건과 흥사단 원동위원부 해산 선언을 중심으로

1. 동우회 사건을 통해서 본 변절의 역사


 얼마 전 지역에서 역사를 연구하시는 분으로부터 수양동우회 사건과 관련한 문의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흥사단 운동 70년사’(이하 70년사)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해 학습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사건으로 변절한 단우가 있었고, 이로 인해 엄격한 징계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다 상세한 내용이 궁금해 자료를 찾던 중에 <기독신문> 1938년 8월 16일자에 실린 ‘수양동우회사건전향성명서’를 접하게 되었다. 전향성명서의 요지는 흥사단, 수양동우회의 주의주장에는 근본적 오류가 있음을 깨달아, 이들 단체를 떠나 친일단체에 가입하여 일본정신을 전파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불초(不肖) 등이 일찍 흥사단=수양동우회의 일원이던바 현하(現下) 내외정세의 변전(變轉)에 감(鑑)하여 종래 포회(抱懷)하여오던 주의주장(主義主張)에 근본적 결함과 오류가 있음을 오(悟)하고, 단연 이(此)를 청산하고 금회 신국민적 자각 하에 대동민우회에 입회(중략) … 조선민중의 구원(久遠)의 행복은 내선양족(內鮮兩族)을 타(打)하여 일환(一丸)을 삼아 대국민 일본인을 구성하여 이를 핵심 주체로 한 신동아의 건설에 있음을 드디어 확신하기에 지(至)한 바이다. … 동양정신 일본주의야말로 진(眞)히 동아(東亞)를 구하고 세계인류를 지도할 원리이다. 고로 우리는 광휘있는 일본정신 사도로서의 영예와 책임을 감(感)한다. - ‘수양동우회사건전향성명서’ 중에서

 천천히 의미를 생각하며 전향성명서를 읽으면서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스스로 자아와 민족정신을 부정하며 친일 활동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선언한 사람들이 흥사단과 동우회 선배였다는 사실은 조직 역사상 치명적인 상처이다. 그렇다고 이를 부정하거나 베일에 가리고 넘어가는 것은 더 못한 일이다.

 수양동우회사건은 1937년 6월 7일, 수양동우회 주요 인사들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검거가 되면서 시작되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500여명이 검거가 되었으며, 평남 강서군 송태산장에서 요양을 하고 있던 도산 선생도 6월 28일 검거되어 서울로 압송되었다. 주요인사 70여명은 종로경찰서에 구금되었다.
 일본 경찰은 1937년 8월 6일부터 동우회 해산서 작성하여 감금된 단우들에게 拇印(무인,지장)을 받으며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70년사에 따르며 동우회는 1937년 여름 종로 경찰서 취조실에서 이미 강제해산 되었다고 한다.(181p.) 조직은 사실상 와해가 되었지만 1938년 8월 15일 예심종결 판결에서 단우 41명이 기소되었다. 앞서 소개한 전향성명서가 8월 16일에 발표된 것은 보면 전향을 선언한 인사는 불기소 처분이 되었고, 핵심인사나 전향을 거부하한 인사들은 기소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후 5년간 공판이 진행되었고, 1941년 11월 17일 3심 마지막 공판에서 피고 전원(36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필자가 70년사를 읽으며 의문이 생긴 부분은 당시 핵심 단우였던 이광수와 주요한의 행적이다. 이광수는 ‘나의 고백’이란 자서전에서 ‘이 사건(수양동우회 사건)을 무죄로 하여야만 된다고 애쓴 것이었다. … 동우회의 사업과 동지를 살리고 싶었다. 그러나 내 이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이광수의 변절을 암시한 것이다. 당시 전향성명을 한 단우들은 대부분 제명되거나 출단 조치가 되었는데, 이광수와 주요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마침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를 입수한 터라 관련 자료를 살펴보았다. 이광수와 주요한은 예심 보석으로 출소했다가 1938년 11월 3일 전향을 선언하고, 신궁에 참배를 했다.(매일신보 1938.11.4 보도) 

 이 두 인사는 전향한 후에 조선총독부가 주도한 조선문인협회, 조선임전보국단, 조선문인보국회 등을 비롯한 각종 단체에 참여하면서 내선일체, 지원병 참여 독려를 하며 친일 행위를 했다. 주요한은 수양동우회 출신을 대표하여 국방헌금을 내기도 했다. 이광수는 조선병탄과 식민지배의 일등공신이자, 조선 지식인들을 친일파로 변절케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도쿠토미 소호의 양자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들은 사업과 동지를 살리려고 한 판단이었다고 하나, 결국 조직과 민족을 배반한 것에 대한 변명에 불가하다. 민족정신을 일본 숭배 정신으로 개조하고, 청년들을 전장으로 내모는데 앞장섰던 그들의 행위는 민족사에 지워지지 않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이들에 대해 흥사단은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는 기록에는 나와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단의 중요한 위치에서 활동을 지속했으며, 후학들은 그들의 글을 숙독하며 경전처럼 학습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두 사람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도산과 흥사단을 폄훼하거나 활동 영역을 축소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7일 개최된 <‘흥사단50년사' 및 '흥사단운동70년사' 분석·평가 세미나>에서 도산과 흥사단의 위상과 활동영역이 협소하게 평가되었다는 주장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흥사단 100년사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반드시 올바르게 정립되어 기술되어야 할 것이다.

2. 원동위원부 해산 선언에서 본 변절의 역사

 필자가 흥사단 뉴스레터에 ‘옛 문서로 보는 도산과 선배단우’를 기고하면서 여러 자료를 수집하던 중에 ‘흥사단 원동지부 해소성명서’라는 문서를 보게 되었다. 마침 70년사를 보면서 원동위원부에 대한 설명이 1940년대 이후 모호하게 되어 있어서 궁금하던 차에 발견한 문서라 호기심을 자극했다. 원동위원부 해산에 관한 공작은 일본 지나(중국)파견군 총사령부 제2과 소속 김경재가 수행했다. 그는 수양동우회 사건과 유사하게 핵심 인물을 잡아들이고 이들을 위협하여 개인의 안위는 보장해 주고 조직은 해산시키는 방식으로 해산작업을 주도했다.
 공식적으로 원동위원부 해소(해산) 성명서는 1940년 7월 16일 발표되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흥사단 원동지부 해소성명서


(전략) …소화12년(1937년) 秋에 조선에서 본단의 자매단체인 수양동우회가 해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또한 흥사단 원동지부를 자진 해소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과거에 그릇된 사상을 일소 자각하고 대일본제국 신민인 것을 재인식하며 황국신민의 참다운 길로 매진하여 오던 중 茲今(자금)에 右團員 사상의 갱신과 그 단체가 명실이 완전 해소되었음을 문자로써 공적으로 성명하는 바이다.


                                       소화15년(1940년) 7월 16일

              상해 흥사단 원동지부  위원장  장덕로  
                                               위 원  나우, 홍재형
                                        반장(班長)  선우혁, 박규혁, 유정우 외 단우일동(후략)

 앞서 살펴본 ‘수양동우회사건전향성명서’와 마찬가지로 독립을 위해 활동하던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황국신민의 참다운 길로 매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냥 해산 선언도 아니고, 친일의 길을 걷겠다는 다짐의 성명서여서 더욱 실망스러웠다.
 ‘위원부가 완전 해소되었음을 문자로써 공적으로 성명’했다는 것은 실제로 이전부터 전향의 움직임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당시 흥사단 핵심 인물이었던 위원부 위원장 장덕로, 반장 선우혁은 각각 1936년 3월과 12월에 치안유지법으로 검거되었다가, ‘전향권고석방’ 판결을 받고 풀려난다. 이는 두 사람이 전향을 했고 이후 위원부 해산 작업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의 전향 및 흥사단 원동위원부의 해체 선언은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하여 70년사에는 원동위원부 해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원동 위원부는 부장 차리석을 비롯한 김명준·최석순·문일민 외에 7명의 단우가 중경 지역에 있
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202p)
  ‘원동위원부는 마침내 해방을 맞이한 이듬해 1월 상해에서 재조직됨으로써…’(207p)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어 있다. 향후 100년사 준비를 위해서는 해산 선언 과정과 이에 대한 단우들의 논쟁과 대응, 차리석을 비롯한 중경지역의 단우 활동 등에 대해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산 선언과 함께 단의 주요 서류 및 재산도 일본 사령부에 헌납되었다. 1940년 9월에 발간된 「삼천리」에 ‘기밀실, 우리 사회의 諸內幕’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전략) … <30년 만에 흥사단이 해산> 소화12년(1937년) 가을에 그 자매단체인 수양동우회가 해산되고 말았다는 소식을 듣고 해산의 기회를 찾다가 마침내 지난 7월 16일에 해소하고 말았다. … 그 단체의 소유로 남경(南京)에 있는 1천 800평 가량의 토지 시가 10만원을 기본으로 하여 동명학원이란 소학 정도의 학교… 그 토지를 지난 7월 8일 지나총군사령부 상해기관에 헌납하고 이어서 7월 16일에는 그 단체의 서류 전부와 헌금 3백원까지도 헌납하는 동시에… (후략)’

 원동위원부 해산을 주도했던 일본 지나(중국)파견군 총사령부 소속 김경재의 글을 보더라도 단의 각종 자료와 재산이 일제에 강제 헌납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70년사에 언급된 아래의 내용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 본토가 적화됨에 따라 동명학원 건축 기지이던 남경의 토지와 함께 오유(烏有)로 돌아가고 말았다.'(p207)

 지금까지 수양동우회 사건과 원동위원부 해산 과정을 통해 우리 단의 아픈 과거를 살펴보았다. 물론 대다수 선배단우들은 일제의 회유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며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흥사단 운동 100년사를 준비하며, 또한 나라를 빼앗긴 국치 100년을 맞이하며 우리 선배 단우의 잘못된 행위를 사실대로 알리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지를 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도산과 흥사단의 철학과 운동방향이 변절한 인사들에 의해 축소되거나 왜곡되었다면 그들의 위상과 역할에 관계없이 과감히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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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목욕하면 날씨가 맑아진다는 금강산 향로봉


“향로봉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마을 사람들은 향로봉에 여신(女神)이 있다고들 해요. 재밌는 것은 개울에서 남자들이 옷 벗고 목욕하면 흐리던 날씨가 맑아져요. 진짜 여신이 있나 봐요. 하하!” 향로봉 국유림 보호협약 주민대표인 박광주 씨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이에 질세라 여성 참가자들이 한마디 거든다. “지금 날씨가 꽤 흐린데, 남자들 중에 누가 대표로 목욕 좀 해요.” 그 소리에 한바탕 웃음이 퍼졌다. 추운 날씨, 그것도 개울에는 얼음이 군데군데 보이는 곳에서 어떤 강심장이 선뜻 목욕을 한다고 나서랴.


 1년간 풀뿌리 주민운동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진행했던, 주민아카데미 기획위원들과 찾은 향로봉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었다.

 향로봉은 금강산 봉우리 중 하나다. 금강산 1만2천봉 중 남측에 2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바로 우리가 찾은 향로봉과 인근에 있는 가칠봉이다. 향로봉은 북쪽 땅의 금강산을 바로 볼 수 있는 곳이며, 산림청의 산림유전자원보호림과 문화재청의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한국 특산 식물인 금강초롱꽃, 희귀식물인 한계령풀과 사향노루, 산양, 하늘다람쥐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 우수지역이다.

  

국유림보호협약 통해 자발적으로 생태계 보전

 향로봉 인근은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9월 26일 해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태계 훼손을 우려한 주민들이 관·군과 협의하여 부분 통제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향로봉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군 검문소가 있어 신분을 확인하고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향로봉을 자연상태로 두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향로봉이 있는 인제군 서화리에는 40여명의 젊은 층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녀에게 물려 줄 자연유산에 대한 애정 많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은 산림청과 '국유림의 경영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국유림 보호협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산불방지, 도벌방지, 병해충 방지 등 활동 전개하고 있다. 현재 향로봉은 보호활동을 하는 주민과 산림보호, 생태계 조사 등의 활동하는 사람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야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향로봉에는 800여개 식생이 존재한다고 한다. 최근에도 천연기념물인 산양, 사향노루, 열목어 등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열목어는 찬 물에 살고 체온이 낮기 때문에, 그냥 손으로 잡으면 화상을 입는다고 한다. 열목어를 안전하게 만지려면 먼저 손을 찬물에 담가 온도를 낮춘 다음에 잡아야 한단다. 버섯·나물류도 많다고 한다.

 우리는 좁은 길은 걷고, 징검다리조차도 없는 개울을 조심스레 건너며 향로봉의 생태에 대해 배웠다. 눈에 잘 띠지 않는 동물의 배설물들에 대해 생태에 관심이 많은 참가자들은 배설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했다.

 또한 멧돼지가 배가 고파서인지 땅을 파헤친 곳이 군데군데 보였고, 진흙이 있는 곳에서는 발자국이 선면하게 보였다. 요즘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멧돼지의 발자국을 보자 긴장이 되기도 했다.

  숲에는 죽은 나무들이 그대로 있었다. 주민대표는 죽은 나무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했다. 그 이유는 죽은 나무에서 벌레가 생겨나는데, 이를 먹기 위해 새와 작은 동물들이 오고, 새와 작은 동물들이 많아지면 더 큰 동물들도 유인되어 생태계가 순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북경색으로 화재 진압도 힘들어

 우리 일행은 시간이 촉박해 향로봉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중간에 하산을 해야만 했다. 내려오는 길에 이런 말도 들었다. 이곳의 젊은 주민들은 자율소방대원으로 활동하는데,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에는 DMZ 내에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었다고 한다. 북에서도 이를 용인했고, 소방헬기도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남북경색으로 화재가 발생해도 사람과 헬기가 들어가지 못해 피해가 크다고 했다. 남북관계 경색이 DMZ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향로봉은 산림유전자원보호림과 문화재청의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곳곳에 군 훈련소가 있었다. 이런 군 훈련소는 동물의 자연스런 이동을 방해하고 있으며, 특히 사격 훈련장은 산림을 훼손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DMZ은 생명과 평화를 위한 공간으로 보전해야

 90년대 후반 남북관계가 좋아지자 부동산 업자들이 군사분계선 주변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북측 지역 땅문서도 나돌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파주, 연천 지역에 불법개간 건수만도 150건이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심지어 지자체가 나서서 상업적 이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런 속물근성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한 한반도의 미래는 회색일 수밖에 없다.

 접경지역은 생명에 이롭게 개발해 쓰고, DMZ과 접경지역 사이인 민북지역은 연구·탐방 외에는 보존하고, DMZ은 통일이 되어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의 말이 무게 있게 다가온다. 분단의 아픔이 남아 있고, 아직도 긴장감이 돌고 있는 DMZ 부근은 생명의 보고이자 평화의 상징으로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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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농촌운동,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해온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하, 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은 분단의 고통이 남아있는 DMZ을 자연과 생명, 평화의 근원지로 만들기 위해 평화생명동산을 구상했다. 다양성 존중, 관계성의 강화, 순환성의 구조화를 통해 생명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민아카데미사업 기획위원들과 11월 16일, 평화생명동산 교육실에서 평화생명운동의 나아갈 방향, 운동가의 자세 등에 대해 말씀을 들었다. 아래는 강연을 요약한 것이다. 



 

4개강을 살리려면 근본적인 고민부터 해야


 4대강 사업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내가 보기에는 4대강 사업은 ‘MB식 돌관사업’이다. 즉 일 추진에 저해되는 모든 것을 장애물로 여기고, 돌파하면서 나간다는 것이다. 나는 최근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현장을 다니고 있다.

 이 동산 앞에도 이북으로 이어지는 개울이 있다. 이곳도 4대강 일원인데 왜 사업 대상지에서 제외되었을까? 한반도에 있는 8대강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한반도에는 약 3만5천개의 개울이 있는데, 이 개울부터 깨끗이 하자고 하면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주변 개울을 정화할 것이다. 자연스런 범국민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실개천부터 큰 강 까지 전체를 생각해야 바른 강 살리기라 할 수 있다. 중장비만을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잠시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교육의 핵심은 세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다보면 부분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다. 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천문지리를 중시한다. 천문지리를 봐야 인문지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주민교육에 있어서도 천문지리는 중요하다. 중고등학교 지리책을 보면, 대한민국 면적에 육지만 언급되어 있고 바다는 빠져 있다. 학생들은 동해, 서해, 남해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상상력이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다. 한반도의 육지면적은 221,000㎢이고, 바다면적(영해)은 223,000,000㎢다. 어릴 때부터 바다까지를 우리 영역으로 생각해야 상상력과 꿈을 더 키울 수 있다. 바다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는 몽골보다 큰 나라다. 천문지리를 공부한다는 것은 생명을 생각할 수 있는 기초적인 소양과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성찰하고, 진짜로 4대강을 살리는 캠페인을 하겠다. 국민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공사업자들과 사업에 착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4대강 사업을 나의 일, 우리 동네의 일로 인식해야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저지운동도 성공할 수 있다. 4대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려면, 이런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운동은 많은 사람이 스스로 동참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하는 예산삭감, 고소고발 운동은 낮은 단계의 운동이다.

 4대강 사업의 대책은 3개정도 있는 것 같다. 10만명 정도가 한 달 정도를 매일같이 계속 문제제기를 한다면 정부가 양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것은 힘으로 하는 방법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왜 대중이 모이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이명박 대통령이 존경하는 3∼4명을 설득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방법은 제대로 4대강을 살려서 당신도 살고, 우리 국토도 살리자고 호소하는 것이다.

 오늘 4대강 관련하여 글을 썼는데, 4대강은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앞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DMZ은 생명과 평화를 위한 공간으로 보전되어야


 평화생명동산 이야기를 해보자. 이 앞길에 난 도로를 40분 정도 가면 금강산이 나온다. 금강산으로 가장 빠른 길이다. 금강산 1만2천봉 중 남한에 2개의 봉이 있는데, 향로봉·가칠봉으로 모두 이 근처에 있다. 이곳은 금강산 문턱이라 할 수 있다.

 1998년에 평화생명동산이야기가 나왔다. 이승호 (인제)군수 시절에 댐 반대운동을 하면서, 민통선 안에 가전리라는 곳이 있는데 주민숙원 사업인 출입영농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듣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인공 습지라 할 수 있는 논이 자연 습지로 되어 가는 것을 보았다. 천이과정을 보게 된 것 이다. 그곳에 농사를 지으면 연간 8억원 정도의 수익이 생기겠지만, 평화·생명·민족에게 이롭게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의견이 수용되면서 민관군 합의 하에 평화생명동산 설립이 진행되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자 98년부터 부동산 업자들이 군사분계선 주변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접경지역은 생명에 이롭게 개발해 쓰고, DMZ과 접경지역 사이인 민북지역은 연구·탐방 외에는 보존하고, DMZ은 통일이 되어도 그대로 보존한다는 3대 원칙을 세웠다. 서부쪽 DMZ 일대는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우려된다. 녹색연합이 파주, 연천 지역을 조사했는데 불법개간 건수만 150건이 넘었다고 한다.

 이 사업은 간명해야 하며, 민관군이 협조해서 해야 한다. 또한 생태계 보존과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


운동은 상대방이 좋아지도록 하는


우리나라 접경지역에는 10개 시군이 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가칭 ‘DMZ평화운동체협의회’를 만들 생각이다. 교육하고 조직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면 지원할 것이다. 우리나라 운동단체들은 돈을 벌면 자기 조직에만 쓰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자기 조직에서 하고자 하는 사업과 활동이 커져야지 조직만 커져서는 안 된다.

 ‘운동’이란 이름으로 노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고로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남들이 운동을 하게끔 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까지의 과정은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자기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 것은 미련한 것이다. 가능한 그런 운동은 지양해야 한다.  
 평화생명동산 내에 협동사업부가 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부서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제출했는데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하지 않았다.
뜻은 크게 갖고 실천·운동은 세밀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뜻은 크게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세밀한 실천계획이 나온다. 큰 뜻과 구체적 실천계획은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잣나무 하나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계획까지 세운다. 그래야 세밀한 계획이다. 주민운동을 하는 사람은 자기 고장의 생태지도를 해마다 그릴 줄 알아야 한다. 큰 생태지도를 그려서 세부 계획을 그려야 한다. 환히 알아야 계획이 나온다. 이런 계획은 사람들과 하는 것이다. 생태운동을 하는 사람이 나무하고만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주민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상대방이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이 인생과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주민운동의 핵심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해야 하고, 훈련도 해야 한다. 훈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훈련으로 근본.기본.현상을 한꺼번에 통찰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4대강의 근본적인 문제는 강 흐름이라는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거나 변경시키려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생각하고 사업하려는 것이다. 근본적인 것은 인간과 자연의 생명 문제이고, 기본적인 것은 사회적인 문제이다. 현상적인 것은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극심하게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것은 그때그때 써먹는 것이다. 합리성만으로 분석해서 따지는 것은 어설픈 것이다. 우리 운동은 점차 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교수․법조인 운동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대부분 현상 중심운동에 머물러 있게 되기 때문에 위태롭다. 종합적인 사고 훈련은 집에서 학교에서 해야 하는데, 실제 이뤄지지 않는다.

 

 근본은 근본지이고, 기본과 현상은 방편지이다. 근본지와 방편지를 통합해야 한다. 현상은 정보, 기본은 지식, 근본은 지혜라 할 수 다. 지식에 의해서 선별되지 않는 정보는 해롭다. 지혜로 올바르게 길라잡이가 되지 않는 지식은 문제가 있다. 정보화가 될수록 지식과 지혜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인간 사회는 황폐화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교수, 교사, 학원 강사 등 100만 여명이 남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르치는 사람이 많은 것에 비해 우리의 문명수준은 너무 낮다. 한 사회에 남을 가르치는 집단이 건강하면 그 사회는 희망은 있다고 본다. 언론계, 교육계, 종교계가 양적으로는 팽창되었지만 과연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우리 사회에 좋은 언론이 하나도 없다고 본다. 불행한 이야기다. 안티-조선일보 운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주력운동은 좋은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한겨레를 만들었더니, 당파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낮은 운동이다. 자기가 낮은 운동을 하면 주민도 낮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주민운동의 핵심은 주민이 인생과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주 공공심을 갖는 생활인 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생협 운동은 방편만 가르치고 있다. 방편정도의 낮은 단계의 운동을 하면서 교만하기 까지 하면 그 운동은 실패한다.


생명가치를 근본에 두고 운동을 해야


 평화생명동산의 특별사업은 ‘생명사회건설 10개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다음 사회는 생명사회이다. 1998년에 환경운동연합 21세기 위원장을 맡으면서 미래에 대한 학습을 했다. 요즘은 21세기 미래보고서를 보고 있다. 정보화 사회가 1980년대부터 본격화되었고, 2030년대는 생명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는 지배가치와 지향가치를 동시에 통찰해야 한다. 제1 혁명의 지배가치는 농업이었고, 지향가치는 자유였다. 제2 혁명의 지배가치는 산업·자본으로 지향가치는 평등이었다. 제3 혁명의 지배가치는 지식·정보이고, 지향가치는 생명이다. 유럽에는 박애라고도 본다. 우리나라는 자선, 봉사 쪽으로 운동이 흘러가는데 이는 문제다. 운동은 그 사회의 가장 절실한 문제를 바탕에 놓고 해야 하는데, 그것을 안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생명가치를 바탕에 두고 해야 한다. 모두 생명운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생명가치를 바탕에 두고 운동을 하라는 이야기다.


 사회운동은 인간과 인간간의 사회지위, 관계나 역할을 따지는 것이다. 시민운동은 조금 다르지만 큰 틀에서 사회운동이다. 생명운동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지위 역할을 따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일제 때 가장 절실한 것은 항일독립운동을 하는 것 이었다. 이것을 바탕에 놓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나와야 한다. 지향가치를 근본적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믿되 돈을 믿어서는 안 돼


 잠시 내가 과거에 했던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이야기하겠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성당을 통해 소비자 협동조합 활동에 직접 관여를 했다. 초기에  57명 가정주부를 선발해서 6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에 4시간씩 교육을 했다. 준비교육을 철저히 하자는 의도였다. 그중 30명쯤이 남았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성공적인 활동을 했다.

 돈에 대해서 철저해야 한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성공요인이다. 경제운동과 문화운동에 균형이  잡혀야 한다. 이런 것을 쉬운 말로 설파해야 한다. 돈을 벌어서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것을 미리 명시해야 한다. 창동 경험으로 보면 수익의 1/3은 생산자 농민을 위해서 무이자 대출을 해주고, 1/3은 소비자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1/3은 천주교 교회공동체를 위해 쓰기로 했다.

 다른 예를 들겠다. 5개 마을 공동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수익금 사용처를 명시했다. 1/3은 태양에게 갖다 준다. 즉 자연을 보호하고 가꾸는 일에 쓰자는 것이다. 1/3은 참여한 주민들에게 이익이 가도록 하자.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 이익은 자식 잘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쓰기로 했다. 1/3은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도시 빈민을 위해 쓴다. 즉 도시 빈민들에게 농촌생활 체험기회를 주자는 취지이다.

 돈은 벌면 바로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최근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협동조합은 출자를 많이 받는 것보다도 사람들이 이용을 많이 하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용을 많이 하는 사람을 우대해 주어야 한다.

 돈 쓰는 문제는 가치에 입각해서 사고해야 한다. 돈을 벌고 나서 어디에 쓸 것인가 논의하면 다툼이 벌어진다. 사전에 사용처를 정하면 다툼이 있어도 교정할 수 있다. 사람은 믿되 돈은 믿어선 안 된다.


운동가는 엄격한 자기관리를 해야



 나는 올바른 운동가인가를 항상 점검해 봐야 한다.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간사회는 서로 불완전한 존재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운동가들은 사람들과 공부모임을 해야 한다. 3가지의 공부모임을 해야 하는데 마음 공부, 책 공부, 사람 공부를 모두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3가지를 능숙하게 잘 해야 좋은 조직이 된다. 공부를 안 하고 자기를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는다.

 이제 곧 식사 시간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아껴야 한다. 하지만 밥은 많이 먹어도 된다. 이곳 식당 앞에 ‘萬事知 食一碗’이란 글을 써 놓았다. 만사를 아는 것은 밥 한 그릇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동학에 나오는 말로 '天依人 人依食 萬事知 食一碗'(하늘은 사람에 의지하고, 사람은 먹는 것에 의지한다. 만사를 아는 것은 밥 한 그릇에 있다)에서 따온 것이다. 생명을 소중히 하고, 자기를 엄격히 관리하는 운동가가 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별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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